[월간한옥 레터 #08] 한옥과 함께 하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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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과 함께 하는 생활


한옥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한옥은 때로는 편안한 집이고 때로는 창작과 상상이 가득한 작업실이 되기도 한다. 

한옥에서 일과 일상을 함께하는 4명의 사람들과 Q&A 형식을 통해 인터뷰해보았다. 



01. 또 다른 가족과 함께 만드는 추억

팔판동 쥬트 아틀리에 신유미 대표

쥬트 아뜰리에 대표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신유미 대표는 집과 아틀리에를 모두 한옥으로 마련하였다. 힘이 넘치는 세 아이와 함께 마당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한 여름에는 시원한 대청에 누워 서까래를 감상하며 그들만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질문 1. 지난 몇 달간 집에서 보낸 시간은 어떠셨나요?  

크게 달라진 점은 세 아이가 모두 함께 오가며 지낸 점이지요. 등원, 등교를 하지 않고 모두 함께 지냈어요. 예상보다 너무 잘 놀고 예상보다 즐거워하고 전혀 지겨워하지 않았어요.

세 명의 아이가 분명 싸울 때도 있지만 우르르 우르르 다락으로 마당으로 뛰어다니며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세 명이서 심심할 틈이 없겠다 싶었어요.


질문 2. 집은 당신에게 무엇인가요? 

집은 또 다른 가족 같아요. 가족끼리 알고 있는 이야기 심지어 비밀까지도 다 알고 있어요.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의 글귀처럼 가족의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증인이기도 해요.

“집은 연애가 시작될 때 관여했으며 숙제하는 것을 지켜보았으며 포대기에 폭 싸인 아기가 병원에서 막 도착하는 것을 지켜보았으며 한밤중에 부엌에서 소곤거리며 나누는 이야기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한옥으로 이사 오던 날 큰 아이가 살던 집을 떠나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봤어요. 벽을 만지며 문을 만지며, “안녕 벽아 잘 있어. 안녕 방아 잘 지내 나중에 내가 또 놀러 올게 잘 있어”라고 하는데 정말 가족과 헤어지는 것처럼 아쉽고 슬프더라고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고 공간이 아니고 같이 삶을 공유하던 한 사람과 헤어지는듯한 느낌이었어요.


 



02. 우리의 오래되고 아름다운 동반자 

혜화동 혜화 1117 이현화 출판 편집장

1인 출판사 혜화 1117의 이현화 출판 편집장은 남편과 함께 집이자 출판사인 한옥에서 살고 있다. 80년이나 된 낡은 한옥 한 채와 인연이 되어 그곳에서 살면서 일하게 되었다. 이 오래되고 아름다운 집은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질문 1.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느 곳인가요?

우리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워둔 대청을 가장 좋아합니다. 실내와 바깥을 동시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이곳에서 자주 만납니다.


질문 2. 한옥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여름에는 벌레로 괴롭고, 겨울에는 추위로 괴롭죠. 새로 들여온 꽃나무들의 진딧물이 괴롭고 손이 많이 가는 일상이 괴롭습니다. 이 모든 괴로움을 단숨에 잊게 하는 수많은 시간이 또 있습니다. 한결같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순간순간의 즐거움으로 충만하기도 합니다. 


질문 3. 한옥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옥은 같이 나이 들어가는 게 매력인 것 같습니다. 이 집을 지은 분들이 손으로 정성껏 지은 집에서 우리도 소박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거든요. 그렇게 더불어 시간을 보내고, 그러면서 함께 나이 들어가는 공간이라는 점이 좋습니다. 한옥과 이곳에서의 생활방식이 좋은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집이죠.



03. 일상의 아늑함을 채워주는 충전소

경주 나마스떼 민박 정수진 대표

정수진 대표는 경주 황남동에서 남편과 함께 한옥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작은 한옥에서 손님을 맞이하기도 하고 집안 곳곳을 정리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일상이 주는 아늑함으로 채워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질문 1. 한옥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불편하면서도 참 좋습니다. 저희 집은 60년이 넘은 낮은 한옥인데 아버지 말씀으로 예전에 주인집에 딸린 종놈들이 살던 행랑채였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로 말씀하세요. 오래된 집을 모시고 살아가는 느낌이라 손 볼 곳이 늘 있지만 방문을 열고 나오면 하늘이 바로 보여 집 안과 밖의 경계가 옅어질 때, 행복하다고 종종 생각합니다. 


질문 2. 집은 당신에게 어떤 에너지를 주나요? 

확실히 어떤 에너지를 줍니다. 맞이함의 즐거움 같은 것을 더 생생하게 느끼도록 해 준다고 할까요. 조용한 동네의 고요한 한옥에서 충분히 휴식하고 바지런히 움직이며 일상을 차곡차곡 채우며 지내다 보면 친구들, 게스트로 오는 손님을 반갑고 편안하게 맞이할 에너지가 쌓이는 것 같아요. 


사진_나마스떼 민박


04. 끊임없는 영감과 변화로 그려나가는 자화상

서울 종로 장보현 작가

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의 장보현 작가는 작은 한옥에서 남편과 세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한옥이라는 공간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나아간다.  


질문 1. 평소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저에게 집은 일상의 놀이터이자 영감을 주는 작업 공간입니다. 때로는 사교의 장이 되기도 하고요. 일과 일상이 공존하고 있어요. 옥상 정원의 허브와 야채로 요리를 하고, 지붕 배수로에 쌓인 낙엽을 치우며, 간극이 생긴 흙벽을 석회로 메꾸기도 해요. 일상의 영역이 충족되면, 글을 쓰고 사색을 합니다. 


질문 2. 한옥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옥은 자연스러운 삶을 가꾸는 토대가 되어 줍니다. 여름이 오면 무더위에 노출된 몸은 자연스럽게 땀을 흘리고, 겨울이 오면 건조한 살결은 갈라지고 트기 시작해요. 빛과 바람을 느끼며 시간을 호흡하면 서두르지 않게 돼요. 단절 없이 계절이 순환하는 원리를 어렴풋이 알고 있으니까요. 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면에 집중합니다. 중심을 잃지 않고 일상을 이끌어가는 자양분인 셈이죠. 


질문 3. 당신에게 집은 무엇인가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나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땐 안과 밖의 경계 없이 모든 게 내 집이었어요. 그러다 사회화를 거치며 점점 줄어들었고요. 어느 순간 굴을 만들어 바깥 세계와 단절된 도피처로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독립의 기로에 섰을 땐,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텅 빈 공간의 기억이 지배적이었어요. 다양한 삶의 단계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고 과거의 조각들이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에 고스란히 녹아 미래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월간한옥 25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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