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옥 레터 #07] 셋,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한옥만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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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한옥 레터 07 - 잇다, 새로운 연결의 시대상



셋,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한옥만의 방법



디즈니영화 ‘업’에서 건물을 통째로 옮기는 모습을 기억하시나요? 

건물 그대로를 옮겨오는 일, 놀랍게도 영화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에서도 가능한 일입니다. 건물을 옮기는 것이 (이건: [명사] 건축물 따위를 옮겨 짓거나 세움.) 

가능한 이유는 한옥의 뼈대가 되는 목자재를 레고처럼 결구하는 조립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구란 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목재 부재 자체를 짜맞추어 고정하는 건축방식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건축물과 달리 목재의 조립을 해체하고, 다른 장소로 가져가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이건 방식으로 다양한 형태의 옮겨진 한옥이 곳곳에 있습니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옮겨진 한옥 세곳을 소개합니다. 



첫번째 이건한옥 - 책의 도시 안 작은 한옥, 서호정사


서호정사의 건축연대 : 1834년

이건 시기 : 1999년

이건 전 위치 : 전라북도 정읍

이건 후 위치 :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

책과 문화예술의 도시라 불리는 파주 출판도시에는 단정한 한옥 한채가 있습니다. 서호정사라 불리는 이 한옥은 본래 전북 정읍에 위치한 고택 김동수씨의 큰집 옆에 있던 허물어져가는 작은 사랑채였습니다. 당시 김동수씨의 고택 중 큰집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관리가 되고 있었던 반면 그 옆 작은 집들은 그러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본 출판사 열화당 이기웅대표가 그 중 한동을 파주 출판도시로 이건해 온 것입니다. 

최대한 원형 그대로 이건한 서호정사는 집의 서쪽에 호수가 있고 ‘정신을 수양하는 곳’이라는 뜻의 ‘정사精舍’를 합쳐 서호정사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직접 방문해보면 알 수 있듯이, 작은 호수와 조용한 분위기가 이 집의 이름과 잘 어울립니다. 큰집도 문화재도 아니었던 작은 사랑채 서호정사는 오늘날 출판도시의 랜드마크가 됐습니다. 



두번째 이건한옥 - 150년 고택이 한옥카페로 옮겨오다, 풍세커피 


이가헌의 건축연대 : 1860년대

이건시기 : 2017년

이건 전 위치 : 경상북도 영주

이건 후 위치 : 충청남도 천안

풍세커피의 한옥 이가헌(李家軒)은 독립운동가 이병국선생의 후손이 거주하던 고택입니다. 이병국 선생의 손자 이정구씨는 선조들의 정신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이가헌을 이건하였고 현재는 풍세커피라는 카페로 운영하고있습니다. 

전통한옥의 본래 모습은 최대한 보존하였으며 일부 편의시설은 현대생활에 맞게 보수하였습니다. 그 결과, 대들보에 샹들리에가 달려있는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건해 온 한옥은 새로운 장소에서도 원래 있었던 집인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큰 매력인데, 이 곳 풍세커피에서도 바람이 지나가듯, 시간이 지나온듯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조상들의 정신과 한옥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보존하는 풍세커피만의 방식을 볼 수 있습니다.




세번째 이건한옥 - 뒤로 한발짝 전진, 덕수궁 대한문 


덕수궁 대한문의 건축연대 : 1904년부터 대한문으로 부르기 시작

이건시기 : 1970년 8월

이건 전 위치 : 서울 시청광장 태평로 한가운데

이건 후 위치 : 기존 위치로 부터 뒤로 22m 

1970년 8월 19일 신문기사에 덕수궁 대한문이 뒤로 이운(移運.자리를 옮김)이라는 기사가 났습니다. 덕수궁의 정문 대한문이 1968년 서울 태평로 확장계획에 따라 도로가 넓어진 후 길 한복판에 2년동안 남아있다가 교통문제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자리를 옮기게 된 것입니다.  이를 역대급 ‘드잡이 작업’이라 하기도 하는데요. 여기서 ‘드잡이’는 문화재 보수 방법으로 균형을 잃었거나, 지반에 문제가 있는 건조물을 바로잡는 방법으로 해체를 하지 않아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합니다. (네이버 블로그 ‘한옥을 생각하다’ 김종남 문화재보수기술자 글 인용) 대한문을 옮긴 날, 그날의 덕수궁은 어떤 모습 이었을지 상상만으로도 흥미롭습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한옥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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