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옥 레터 #10] 북클럽 월간한옥 에디터와 포토그래퍼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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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한옥 에디터와 포토그래퍼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월간 생활 도구 좋은 물건을 위한 사려 깊은 안내서  김자영, 이진주 지음  지콜론북


집 안을 점점 채우는 물건들을 보다 보면 비움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잘 쓰지도 않는 이 물건들을 왜 들여와서 여태까지 끼고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도 들 것이다. 비우는 게 어렵다면 지금부터 들이는 물건들에 조금 더 신중해지자고 다짐해보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작은 물건이라도 좀 더 실용적이고 심미적이고 내 취향을 드러내 줄 수 있는 것으로. 그런 의미에서 『월간 생활 도구』는 ‘좋은 물건을 위한 사려 깊은 안내서’라는 부제에 걸맞게 취향을 찾아갈 수 있는 입문서이다. ‘나’에게 좋은 물건은 무엇일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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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생활 도구』의 두 저자는 2014년부터 온라인 상점 '카탈로그(Katalog)'를 운영하고 있다. 생활의 도구를 소개하는 작은 상점을 연 뒤로 달마다 낸 카탈로그가 책의 시작점이 되었다. 하나의 용도를 위해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기보다 두 저자의 경험 중에서 제일 좋은 물건을 용도에 맞게, 계절에 맞게, 상황에 맞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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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생활 도구』역시 진열품에 그치지 않고 매일 손길이 닿았던 마흔여섯 개의 도구를 열두 달의 흐름에 따라 엮었다. 그 계절이면 떠오르는 심상이나 두 저자가 정한 테마에 어울리는 생활 도구들이다. 전에 본 적 없던 낯설고 생소한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쓰임을 고민해서 제품을 선보였던 사람과 그 물건에 기록이기도 하기에, 소개된 마흔여섯 가지의 물건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든 애정이 깃든 제품들이다. 그 이야기와 디자인에 매료되어 어느새 상점 카탈로그에 들어가 책 속 사물들을 찾아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존 버거 사진의 이해  존 버거 지음 열화당

존 버거의 사진의 이해는 다른 여타 책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사진에 다가선다. 순전히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속성으로 어떻게 '무기화' 되는지 그리고 '기억'과 '경험'으로서의 사진이 어떤 방식으로 관람자에게 전달되는지 말이다. 기억이라는 것 그리고 경험한 것들을 누군가와 공유하려는 순간 오작동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미 그것들을 설명하며 조각들은 합쳐지지 않고 다시 재생성 되어 또 다른 기억을 낳기 시작하기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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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들이 예민하게 느끼고 흔적이 남은 것들이지만 재현할 순 없다. 시간 속에 계속 맴돌고 있지 않고 일시적으로 보이는 사진은 계속 순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록된 사진이 발화되는 순간 열린 섬이 된다기보다 보려 하면 안갯 속에 사라지는 <이어도>가 돼버린다. 생각을 거듭해나갈수록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피사체는 앞에 옆에 뒤에 위치한 대상에 반사된 것을 포착할 때 드러나기 때문에 또다시 피사체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또 기록하고 보여주고 말하기가 시작된다. 사진을 생각하다 보면 다시 시간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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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우리는 여전히 시간을 거스르며 또다시 시간을 따라가며 걷는다. 이동할 때 버스 가장 앞자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서로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길을 달리지만 제각기 다른 경험을 하고 본다는 것이다. 네모난 식탁 위에서 우리는 마주 앉을 수밖에 없다. 마주한다는 건 상대방을 대상화시켜서 바라본다는 것인데 여기서 난관에 부딪힌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지만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바라보지 않고 바에 앉아 있을 때 우리는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이처럼 사진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책은 흔치 않다. 에세이 형태로 펼쳐진 이야기는 생각보다 광범위하여 자칫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은 시선은 이제껏 봐왔던 사진을 다른 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인도해 준다.



글 김태연 한수진


월간한옥의 북클럽 이야기는 26호에서 계속 됩니다. 26호에서 만날 더 많은 서평을 기대해 주세요.

월간 생활 도구 좋은 물건을 위한 사려 깊은 안내서 김자영, 이진주 지음 지콜론북

존 버거 사진의 이해 존 버거 지음 열화당

창덕궁 왕의 마음을 훔치다 신희권 지음 북촌

집을 짓다 건축을 마주하는 태도 왕수 지음 아트북스

미술관 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 김희은 지음 자유문고

조지오웰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지음 한겨례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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