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한옥
‘공예 工藝’라는 용어는 장인의 ‘공’과 재주를 뜻하는 ‘예’가 합쳐져 있다.
재료의 물성과 제작의 기술을 뜻하는 의미가 ‘공예’라는 용어에 담겨 있으며 인간이 도구가 되어 손으로 사물을 조형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쓰임도 좋은 공예품이 있다면 반대로 기능은 없어도 재료적 표현, 조형적 균형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이 시대의 공예의 접근과 영역은 다양하다.
월간한옥 29호 공예란 무엇일까 3 / 새로운 전통 만드는 시각적 만족과 기능의 물건 중에서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공모전의 대상 작품으로 정다혜 작가의 ‘말총-빗살무늬’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말총-빗살무늬’는 가늘고 연약한 말의 꼬리털을 사용해 빗살무늬 토기를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한국적이고 지역적인 특징을 가지면서도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의 다양한 만남이 펼쳐지는 요즘, 월간한옥은 독자 여러분이 전통부터 현대까지의 한국 공예를 좀 더 깊이, 좀 더 넓게 즐기실 수 있도록 정다혜 작가님의 인터뷰를 준비하였습니다.

ㆍ말총이라는 소재가 매우 인상 깊습니다. 말총 소재를 선택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정다혜 작가 : 첫 시작은 KCDF의 지역 공예육성사업을 통해 제주도 장인분들과 작업을 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때 저는 섬유 작가로 참여하면서 말총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직조 방식으로 가방을 만들었었죠. 그 후에 주변 권유로 좀 더 연구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말총으로 만든 유물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말총은 백자만큼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한 공예문화인데 단발령과 함께 갑자기 사라지게 된 배경을 갖고 있어요. 이런 부분이 저에겐 흥미롭게 다가온 동시에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어 무형문화재 장인 분들께 망건과 탕건을 배우게 되었어요.

ㆍ작가님이 느낀 말총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정다혜 작가 : 직접 배워 보니 특별한 기법이라는 것은 없고, 말총을 바늘로 고리에 감는데, 그 방법에 따라 2, 3가지 방법만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특별한 기법이 없는 대신, 이를 하염 없이 얼마나 촘촘히 땋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작업이었죠. 근데 저는 이 점이 정말 지혜롭다고 느꼈어요. 어떤 어려운 기법이 아니라 가장 평범한 방식으로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지혜로웠어요.
그리고 모자의 모양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는 것, 그 입체성이 와 닿았어요. 저는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 한 만큼 섬유 작업을 하면서 입체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그런데 말총 작업은 섬유이면서도 입체적으로 구성되고, 소재인 동시에 그 자체가 완성품이 되는 ‘처음이자 끝’인 작업물이라는 것이 정말 재밌었죠. 그때부터 “말총은 입체가 된다.”라는 저만의 명제를 가지고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여기에 그 입체가 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작업의 당위성 같이 느껴졌어요. 이전에는 순수작업을 하면서, 작업의 당위성을 찾는 것이 어려웠는데, 공예는 이 시간 자체가 당위성을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오랜 시간 기술과 향유된 문화라는 것, 그 자체가 제게 충분한 당위성이 되었어요.

ㆍ작업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정다혜 작가 : 전에는 작품을 만들면서도 판매를 염두 하다 보니까 짧은 시간 대비 견고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어려웠어요. 특히 실속 있는 작업을 위해서 효율적으로 작업물의 밀도를 찾는 것이 어려웠던 거죠. 그런데 이번 말총-빗살무늬는 ‘정말 말총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작업 그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ㆍ‘말총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하자’라고 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전달하고 싶었던 부분이 무엇인가요?
정다혜 작가 : 유물조사를 하면서 그냥 봤을 때는 모두가 똑같은 무늬로 작업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현미경으로 보면 조금씩 다 다른 부분이 있어요. 어떨 때는 무늬가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그냥 넘어간 부분도 있고요. 전체적으로 매우 세밀하다 보니 티는 안 나는데, 자세히 보면 그런 거죠. 저는 그 부분이 흔히 요즘 말로 ‘꾸안꾸’ 같은 것이 아닐까 느꼈어요.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것’. 화려한 듯 그렇지 않은 느낌이 우리 전통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았어요.
형태적인 측면에서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빗살무늬 토기 형태를 정말 좋아하는데 말총과 더해지면 투박하지만 섬세한 힘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로 적합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빗살무늬 토기를 형태의 매개로 차용하고 일부로 흰색 말총을 선택했어요. 흰색 말총이 가장 얇아서 작업하기에는 훨씬 어렵지만 연약한 재료를 씀으로써 제가 표현하고 싶은 투박하지만 섬세한 질감이 더욱 살아날 것 같았죠.

ㆍ최근에 한국 문화가 강하게 급부상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다혜 작가 : 사실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웃음)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저는 작업을 하다 잘 안 풀리는 것이 있으면 유물조사 했던 유물이나 자료를 다시 봐요. 혼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에 대한 해답이 거기에 있어요. ‘이런 무늬를 넣으면 한쪽 부분이 들뜨지 않을까?’ 했는데, 유물을 보면 한 무늬를 더 감거나 무언가를 넣어주면서 그 들뜸을 잡아주고 시각적으로도 예뻐 보이도록 했어요. 처음에는 안보였는데 다시 보니까 보여요. 그 시대에 그걸 고민했던 사람들의 지혜가 엿보인 것 달까요. 이런 부분이 전통이 갖는 차별성이 아닐까 싶어요.
또 제가 말총을 만들면서 어느 순간은 본능적인 회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맥락에서 세계화 속에서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에 대한 회귀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ㆍ향후 작품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정다혜 작가 : 청주에서 보여준 ‘말총-빗살무늬’ 작업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말총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어요. 말총 유물이 큰 것이 없다 보니,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궁금함이 커요. 그래서 지금보다 크거나 다른 형태의 것을 만들어보고 싶어 다시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정다혜작가님의 인터뷰는 어떠셨나요?
제주는 조선부터 말 목장을 세워 말을 기를 정도로, 말을 기르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
말은 예로부터 교통, 농사, 군사뿐 만 아니라 가죽,꼬리털 등 공예의 재료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말총은 주로 관모, 갓이나 탕건 등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었으며, 한 올씩 엮어가며 섬세한 기술과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게 변해가는 과정,
우리의 문화를 알맞게 누리는 방법이 아닐까요?
옥수저의 맛집기행
빌딩 숲에서 맛볼 수 있는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낮엔 정감 있는 백반으로, 저녁엔 술이 끊이지 않게 하는 안주로 유명합니다.
21년에 어울리지 않은 간판이 지금까지 걸려있는 것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북새통
서울 충무로 7길 7

맛
회사 근처 배달음식도 지겨워질 즘,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장님의 뛰어난 손맛으로, 익숙한 반찬으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습니다. 무슨 음식을 먹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오징어찌개, 고추무침, 계란말이, 미역볶음 익숙하면서도 한국인이라면 입맛이 도는 메뉴들로 내일은 또 어떤 반찬이 나올지 기대되게 합니다.

좁은 내부에 4개 남짓 된 테이블, 식당보다 밥집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오래된 노포입니다. 벽에 그려진 낙서들은 이곳에 방문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며 점심시간에도 옆 테이블 아저씨들이 술을 드신다는 건, 북새통의 맛을 보장하는 풍경입니다. 친절하신 주인아주머니는 반찬이 떨어질 새 없이 놓아주셨고,
처음 뵈었음에도 이모라 부를 수 있는 건 북새통의 정감 있는 분위기 덕분일 것입니다.
ⓒ월간한옥
‘공예 工藝’라는 용어는 장인의 ‘공’과 재주를 뜻하는 ‘예’가 합쳐져 있다.
재료의 물성과 제작의 기술을 뜻하는 의미가 ‘공예’라는 용어에 담겨 있으며 인간이 도구가 되어 손으로 사물을 조형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쓰임도 좋은 공예품이 있다면 반대로 기능은 없어도 재료적 표현, 조형적 균형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이 시대의 공예의 접근과 영역은 다양하다.
월간한옥 29호 공예란 무엇일까 3 / 새로운 전통 만드는 시각적 만족과 기능의 물건 중에서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공모전의 대상 작품으로 정다혜 작가의 ‘말총-빗살무늬’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말총-빗살무늬’는 가늘고 연약한 말의 꼬리털을 사용해 빗살무늬 토기를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한국적이고 지역적인 특징을 가지면서도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의 다양한 만남이 펼쳐지는 요즘, 월간한옥은 독자 여러분이 전통부터 현대까지의 한국 공예를 좀 더 깊이, 좀 더 넓게 즐기실 수 있도록 정다혜 작가님의 인터뷰를 준비하였습니다.
ㆍ말총이라는 소재가 매우 인상 깊습니다. 말총 소재를 선택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정다혜 작가 : 첫 시작은 KCDF의 지역 공예육성사업을 통해 제주도 장인분들과 작업을 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때 저는 섬유 작가로 참여하면서 말총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직조 방식으로 가방을 만들었었죠. 그 후에 주변 권유로 좀 더 연구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말총으로 만든 유물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말총은 백자만큼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한 공예문화인데 단발령과 함께 갑자기 사라지게 된 배경을 갖고 있어요. 이런 부분이 저에겐 흥미롭게 다가온 동시에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어 무형문화재 장인 분들께 망건과 탕건을 배우게 되었어요.
ㆍ작가님이 느낀 말총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정다혜 작가 : 직접 배워 보니 특별한 기법이라는 것은 없고, 말총을 바늘로 고리에 감는데, 그 방법에 따라 2, 3가지 방법만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특별한 기법이 없는 대신, 이를 하염 없이 얼마나 촘촘히 땋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작업이었죠. 근데 저는 이 점이 정말 지혜롭다고 느꼈어요. 어떤 어려운 기법이 아니라 가장 평범한 방식으로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지혜로웠어요.
그리고 모자의 모양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는 것, 그 입체성이 와 닿았어요. 저는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 한 만큼 섬유 작업을 하면서 입체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그런데 말총 작업은 섬유이면서도 입체적으로 구성되고, 소재인 동시에 그 자체가 완성품이 되는 ‘처음이자 끝’인 작업물이라는 것이 정말 재밌었죠. 그때부터 “말총은 입체가 된다.”라는 저만의 명제를 가지고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여기에 그 입체가 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작업의 당위성 같이 느껴졌어요. 이전에는 순수작업을 하면서, 작업의 당위성을 찾는 것이 어려웠는데, 공예는 이 시간 자체가 당위성을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오랜 시간 기술과 향유된 문화라는 것, 그 자체가 제게 충분한 당위성이 되었어요.
ㆍ작업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ㆍ‘말총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하자’라고 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전달하고 싶었던 부분이 무엇인가요?
정다혜 작가 : 유물조사를 하면서 그냥 봤을 때는 모두가 똑같은 무늬로 작업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현미경으로 보면 조금씩 다 다른 부분이 있어요. 어떨 때는 무늬가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그냥 넘어간 부분도 있고요. 전체적으로 매우 세밀하다 보니 티는 안 나는데, 자세히 보면 그런 거죠. 저는 그 부분이 흔히 요즘 말로 ‘꾸안꾸’ 같은 것이 아닐까 느꼈어요.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것’. 화려한 듯 그렇지 않은 느낌이 우리 전통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았어요.
형태적인 측면에서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빗살무늬 토기 형태를 정말 좋아하는데 말총과 더해지면 투박하지만 섬세한 힘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로 적합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빗살무늬 토기를 형태의 매개로 차용하고 일부로 흰색 말총을 선택했어요. 흰색 말총이 가장 얇아서 작업하기에는 훨씬 어렵지만 연약한 재료를 씀으로써 제가 표현하고 싶은 투박하지만 섬세한 질감이 더욱 살아날 것 같았죠.
ㆍ최근에 한국 문화가 강하게 급부상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다혜 작가 : 사실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웃음)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저는 작업을 하다 잘 안 풀리는 것이 있으면 유물조사 했던 유물이나 자료를 다시 봐요. 혼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에 대한 해답이 거기에 있어요. ‘이런 무늬를 넣으면 한쪽 부분이 들뜨지 않을까?’ 했는데, 유물을 보면 한 무늬를 더 감거나 무언가를 넣어주면서 그 들뜸을 잡아주고 시각적으로도 예뻐 보이도록 했어요. 처음에는 안보였는데 다시 보니까 보여요. 그 시대에 그걸 고민했던 사람들의 지혜가 엿보인 것 달까요. 이런 부분이 전통이 갖는 차별성이 아닐까 싶어요.
또 제가 말총을 만들면서 어느 순간은 본능적인 회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맥락에서 세계화 속에서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에 대한 회귀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ㆍ향후 작품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정다혜 작가 : 청주에서 보여준 ‘말총-빗살무늬’ 작업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말총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어요. 말총 유물이 큰 것이 없다 보니,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궁금함이 커요. 그래서 지금보다 크거나 다른 형태의 것을 만들어보고 싶어 다시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정다혜작가님의 인터뷰는 어떠셨나요?
제주는 조선부터 말 목장을 세워 말을 기를 정도로, 말을 기르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
우리의 문화를 알맞게 누리는 방법이 아닐까요?
북새통
맛
회사 근처 배달음식도 지겨워질 즘,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장님의 뛰어난 손맛으로, 익숙한 반찬으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습니다. 무슨 음식을 먹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오징어찌개, 고추무침, 계란말이, 미역볶음 익숙하면서도 한국인이라면 입맛이 도는 메뉴들로 내일은 또 어떤 반찬이 나올지 기대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