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옥 레터 #20] 봄날을 대하는 옛사람의 따듯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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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답청(年少踏靑)> 신윤복 作, 간송미술관 소장


ㆍ자연 안에 거하며 봄을 향유한 옛사람들  


"벌서 4월이라니!" 요즘 자주 들리는 말입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놀라면서도, 출퇴근길 창밖으로 언뜻 보이는 꽃나무의 봉우리에 기분이 좋아지는 계절입니다. 다가오는 주말에 사랑하는 사람과 흩날리는 벚꽃잎 아래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은 모두가 바라는 마음인가 봅니다. 이러한 마음은 우리의 선조들도 같았습니다.


삼국시대 때부터 춘계의례행사가 이루어졌고, 정조 이후로 음력 3월 중순경 야산이나 교외에서 꽃놀이를 행하는 화전(花煎) 놀이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진달래꽃이 필 때 그 꽃을 여럿이 모여 먹으며 놀이를 하는 데에서 명칭이 생겨난 것입니다.


국보 제135호인 신윤복의 연소답청에는 화창한 봄날 선비와 기생이 함께 무리 지어 낭만적인 봄의 정취를 향유하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수백 년 전의 사람들은 자연 속에 머무르며 식물이 주는 정취로부터 치유와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자연 안에 거하고 싶었던 왕들의 마음은 한국 전통 정원 양식을 성립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선조들의 자연관에 감탄하며, 오늘은 아늑한 연못과 식재의 조화가 돋보이는 경복궁 향원정에서 살펴볼 수 있는 봄에 피는 꽃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향원정 일원에 피어나는 봄꽃


< 향원정 일원 식재분포 >


ㆍ호안가  



하나, 배꽃

향원정 연못 주변에는 여러 그루, 섬 내에는 1주의 배나무가 식재되어 있습니다. 4월이 되면 5~10mm 정도의 눈송이 같은 연두색 꽃술을 배경으로 흰색 꽃이 피어납니다.



둘, 벚꽃

경회루 일원에 식재된 벚꽃나무는 4월 초순에 개화가 시작되어 중순에 절정을 맞이합니다. 봄을 대표하는 꽃답게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는 시기에 피어나 만개하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ㆍ섬 내부  





셋, 철쭉

향원정이 위치한 섬 안에는 42주의 철쭉이 심어져 있습니다. 선조들은 화전을 부치거나 술을 담가먹을 수 있는 진달래를 '참꽃', 먹을 수 없는 철쭉은 '개꽃'이라 불렀습니다.




넷, 매화

매화는 난초(蘭), 국화(菊), 대나무(竹)와 함께 사군자에 해당합니다. 이른 봄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며 가장 일찍이 꽃을 피우는 모습이 선비의 절개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ㆍ주변  



다섯, 맥문동

연한 자주색의 꽃이 인상적인 맥문동은 5월부터 개화하여 8월까지 꽃을 피웁니다. 국내에서 자생하는 한약재이며, 전통 한의학에서 오래전부터 강장·거담·진해 등을 위한 약용 식물로 사용해왔습니다. 



여섯, 살구나무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집에 전통 정원수로 살구나무를 심어왔습니다. 선조들은 정원을 꾸릴 때에도 풍수지리 사상을 반영했는데, 살구나무를 주택의 북쪽에 심는 것도 이러한 사상이 반영된 것입니다.


옥수저의 맛집기행


자글자글 끓여 나온 두부 된장과 아삭한 야채들,  참기름 한 방울로 슥슥 비벼지는 소리가 가득한 인사동 필방거리의 소문난 맛집



강된장에 비벼먹는 밥

  ‘툇마루집된장예술’

서울 종로구 인사동4길 5-26



1. 맛 

진하게 끓인 두부 된장과 파릇한 부추 넣은 된장 비빔밥이 메인 메뉴로 신선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입니다.


2. 분위기 

하나 둘 모여진 골동품과 자유롭게 써져있는 메뉴판은 예술과 역사과 공존하는 인사동의 느낌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종로 어르신들이 반주와 함께 식사하는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입니다. 구수한 냄새가 풍기는 이층으로 올라가면 항상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된장비빔밥, 아삭한 풋고추와 정갈한 밑반찬 등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익숙한 음식에서 오래도로록 자리를 지킨 내공이 느껴집니다. 찬이 좋은 탓인지 주전자에 내주는 막걸리가 특히 맛이 좋으며 인사동 골목 복작거리는 사람냄새 가득한 공간입니다. 


경복궁에서 걸어 올 수 있는 곳으로, 꽃놀이를 끝내고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