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옥 레터 #18] 나를 닮아가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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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렴가옥 ⓒ월간한옥


집은 사람이다. 집은 자연형태로 만들어지고, 사람의 의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지어진다. 그래서 집은 사람을 닮게 되고, 그 집에 사는 사람 역시 집을 닮아간다. 결국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과 집은 하나가 된다.


월간한옥 n.29 한국의 고택기행 / 장욱진가옥 화가의 집, 그림의 되다 (글_차장섭) 중에서


집과 사람이 닮아 간다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집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을까요? 집을 보면 사람이 보이는 것처럼 그림 속에는 그린 사람이 비춰집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를 담는 것은 무의식에서 나온 당연한 현상일 것입니다. 먹을 갈고, 획을 긋는 차분한 시간은 일상에서 보지 못한 내면의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배렴가옥 ⓒ월간한옥


ㆍ먹향이 느껴지는 담백한 집, 배렴가옥  


제당 배렴(1911 ~ 1968)은 근현대 한국화가로 해방 후 동료 화가들과 전통회화의 정통성을 되찾는데 힘을 썼습니다. 서울대학교,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쳤고, 유현한 화격을 중시하였으며 대표작으로 산수도가 있습니다. 글과 그림을 짓고, 식물을 애정했던 배렴의 집은 먹처럼 담백하면서도 강직한 힘이 느껴집니다. 


서울시 계동 배렴가옥 ⓒ월간한옥



배렴의 채색도구 ⓒ월간한옥


배렴가옥은 1940년대 건립된 도심 속 한옥으로 배렴선생이 1959년부터 생을 보낸 곳입니다. 배렴가옥은 2004년 등록문화재 제85호로 등록되어 배렴가옥의 역사적, 활용적 측면으로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으며, 현재는 배렴선생의 한국화와 관련된 전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ㆍ내면을 담는 초상화 <윤두서의 자화상>  


조선시대 초상화가들은 인물의 형상 재현에 그치지 않고 정신까지 담아내는 일(전신사조 傳神寫照)을 가장 중요시 하였습니다. '한 올이라도 그 사람을 닮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이다' 말하여 인물의 섬세한 특징도 그림에 표현하였는데, 이는 조선시대 초상화의 가장 큰 특색입니다. 


조선시대 초상화를 가지려면 매우 중요한 인물이 되어야 했으며, 표현방법과 정교한 기법 때문에 조선 초상화에서 자화상은 매우 희귀하였습니다. 자화상은 대게 자신에 대한 탐구와 고민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려는 결과물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6척(尺)도 되지 않는 몸으로

사해(四海)를 초월하려는 뜻이 있네

긴 수염 길게 나부끼고 얼굴은 윤택하고 붉으니

바라보는 자는 선인(仙人)이나 

검사(劍士)로 의심하지만


저 진실로 자신을 낮추고 겸양하는 기품은

무릇 인정 많고 성실한 군자(君子)로서 부끄러움이 없구나.


- 담헌 이하곤-


<윤두서의 자화상>에서 나타나는 압도감은 그가 살아온 배경을 궁금하게 합니다. 윤두서는 거울로 비친 자신을 그리며  '자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하였을까요. 


공재고택 ⓒ월간한옥


월간한옥 28호에서는 윤두서의 생가 공재고택과 강진 명발당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