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옥 레터 #40] 데우스 카페와 상점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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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스 카페 ⓒ월간한옥 / 김한결


ㆍ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한옥, 상점한옥  


현대에 한옥은 서구화된 건축, 생활양식으로 과거에 비해 생활공간으로서 역할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옥은 상업공간으로서 그 쓰임을 이어가며 여러 사람이 오고 가는, 생활감있는 한옥으로 역할하고 있습니다. 월간한옥에서는 호마다 ‘상점한옥’이라는 이름으로 한옥으로 된 상업공간을 담고 있습니다. 상점한옥에서는 개인적인 공간이 아닌 대중적인 공간인 한옥이기에 드러나는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월간한옥 34호에서 상점한옥으로 담은 삼청동 데우스 카페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와 함께 상업 한옥 시설에 대한 고민도 나눠봤습니다.


Frank Gehry House ⓒLiao Yusheng


ㆍ 2023년 1월 13일 금요일 오후 을지로에서  


박경철 (발행인, 전통목수)

이관직 (편집장, 건축가)

이경근 (에디터)

로이스 리 (에디터, 건축전공자)


이경근

월간한옥 34호의 상점한옥으로 데우스 카페를 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로이스 리

데우스 카페 건물을 처음 봤을 때 북촌에 철이라는 커다란 소재가 그냥 뚝 떨어진 것 같았어요. 북촌 한가운데 자신만만하게 서 있는 모습에서 산타모니카에 있는 건축가 프랭크 개리의 집이 떠올라서 흥미가 생겼어요.


이경근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상업시설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은데 데우스 카페가 다른 공간들과 다르게 느껴졌던 점이 있을까요.


박경철

전형적으로 한옥에는 철하고 나무를 같이 쓰지 않거든요. 현대 건축에서는 충분히 익숙한 재료지만, 전통 한옥에선 쓰지 않는 재료를 썼다는 것에 대해 약간은 불편함이 있었어요. 그리고 내부로 들어갔을 때도, 그런 재료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에 보통 우리는 감추려고 하는데 여기는 재료를 거꾸로 뒤집고 밖으로 드러내서 이 한옥의 형태와 표현을 막 뒤틀어 놓았더라고요.

처음에는 되게 불편하다가 어느 순간 이렇게도 표현을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전통 한옥에서 우리가 철을 쓰지 않았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철하고 나무를 같이 사용했을 때 부식이 된다든지 문제가 있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겨서 충분히 쓸 수 있는데 관습적으로 쓰지 않는 부분도 있거든요.

재료의 선택부터 표현하는 방식까지, 일반적으로 한옥이라는 건물에 대한 전형적인 인식이 있는 나 같은 사람이나 건축에 관계된 사람들이 쓰지 않는 방식을 한꺼번에 사용했는데 그게 나쁘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니까요. 현시대 한옥의 자연스러운 변화가 드러난 거라고 생각해요.


데우스 카페 ⓒ월간한옥 / 김한결


이경근

전체적으로 건물의 기둥, 지붕, 천장은 기존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면의 재료를 많이 바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한옥이 주는 인상이 창호를 비롯한 건물의 면보다는 기둥과 천장, 지붕에서 오니까요. 소재의 사용도 인상이 깊었어요. 전통한옥에서 목재와 철재가 주는 기시감과 미시감의 조화랄까요.

그래서 오히려 면을 만드는 부분이나 내부에 들어선 가구, 의자 등 기물은 과감하게 대비되도록 사용한 것 같았어요. 철과 유리, 단열재를 통해 새롭고, 신선한 인상을 주고 중정의 개방감은 살리고, 상업 시설로서 단열이라는 실용성, 기능적인 측면도 생각한 것 같아요.


이관직

굉장히 생경한 방식으로 재료를 다루는 것에 조금은 낯선 느낌이 있어요. 보통 두께를 굉장히 많이 의식하는데 면을 만드는 데 있어서 데우스는 좀 건축적인 접근 방식이 아닌 인테리어적인 접근 방식을 사용한 것 같아요.

그리고 벽면에 타원형의 구멍이 있어서 내부 재료가 드러나 보이고 천장도 일부만 철판으로 가려서 일부는 의도적으로 노출 시키기도 했어요. 그런 것들이 마치 살짝 드러내는, 훔쳐보는 느낌도 드는 그런 방식으로 재료와 구법을 다룬 것 같아요. 굉장히 낯선 방식으로 낯선 재료를 한옥에 덧붙였다는 느낌이에요.

한옥의 장점이 이렇게 본래 틀이 갖고 있는 힘이 워낙에 강해서, 건축구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인상이 강하니까 낯선 방식으로 다뤄져도 크게 지장이 없어요. 근데 그런 단단한 틀 없이 낯선 재료와 방식이 들어오게 되면 정체성이 없어지는 거죠.


박경철

낯선 재료와 방식을 과감하게 사용했음에도 결구에 대한 노출이라든지 한옥이 가진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표현을 했어요. 원래는 대청마루를 빼놓고는 천장을 다 가리는데 여기는 집과 집을 다 연결했을 뿐만 아니라 천정 노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마감도 깨끗하게 잘 했어요.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디자인한 사람이 그런 부분을 인지하고 변화를 준 것이기 때문에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데우스 카페 ⓒ월간한옥 / 김한결


이경근

한국은 전통 한옥과 근대 건축물이 되게 뚜렷하게 구분이 되잖아요. 세계적으로 구법이나 재료가 서구화되고 건물 자체가 고층화되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한옥이 다양한 형태, 재료, 구법과의 결합을 시도하는 데에 그 사례나 포트폴리오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박경철

독일의 경우에 오래된 목조 방식의 건물이 굉장히 잘 유지되고 있기도 하지만 그런 집들은 유지, 보수 비용이 높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경제적 수준을 가진, 소위 부자들이 소유하고 있어요. 많은 나라에서 전통 목수가 지은 옛날 목구조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어요. 장인 문화가 발달한 이태리도 마찬가지고 오히려 일본은 의외로 예전에 다 없어져서 전무해진 지 오래됐고요. 


이관직

일본은 자기들의 목구조를 근대화시켰던 거니까 어떤 측면에서는 오히려 남아 있다고 볼 수도 있죠. 방식이 다를 뿐이지. 메이지 유신을 통해서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여러 부분을 근대화하면서 대표적으로 일반 건물의 지붕이 가벼워졌어요. 한옥은 전도되는 힘을 지붕의 무게로 눌러서 막는 반면에 일본은 지진이 잦기 때문에 지붕의 무게가 늘어나면 건물의 붕괴 위험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지붕의 무게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한 거죠.


또 일부 국가는 접근 방식에 제한이 있어요. 전통적인 구법이 남아 있는 건물은 몽땅 지정이 돼서 유지, 보수를 하기 위해서는 그 구법을 그대로, 전문적으로 다루는 지정된 시공회사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돈이 무진장 들어요. 데우스 카페처럼 낯선 방식으로 접근하는 거는 좀 미국적이라고 할까요. 유럽은 훨씬 더 보수적이에요.


이경근

상업공간으로 존재하는 한옥은 그 자체로 강한 공간 컨셉이 되는 것 같아요. 말씀해주신 대로 그 구법에서 오는 인상이 강하기도 하고요. 데우스 카페의 경우에는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재료의 사용과 형태의 변형이 있었는데 한옥을 상업건물로 리모델링할 때 보편적으로 드러나는 요소가 있을까요.


이관직

별도의 천장을 만들지 않고 서까래를 드러내는 연등천장이 많아요. 한옥에서 방은 차분한 공간이어야 했기 때문에 천장을 하는 반면 대청마루는 천장을 하지 않는데 요즘 상업시설로 활용되는 한옥은 공간에 구분 없이 연등천장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어요.


박경철

아무래도 한옥에서 상부 지붕 구조가 갖는 이미지가 크기 때문에 그래요. 천장을 다 뜯어서 극대화시켜 보여주고 벽면은 자유롭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데우스 카페의 지붕 구조는 일반적인 한옥 상업 공간과는 차이가 있어요. 데우스 카페는 도리가 9개 들어가는 9량 건물이에요. 이런 한옥이 익선동에는 없어요. 작게는 3량, 보통은 5량 건물이 대부분이에요. 이관적 선생님 말씀대로 데우스 카페가 더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된 것도 상부 지붕 구조가 갖고 있는 크기가 훨씬 컸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또 오히려 천장이 주는 임팩트가 너무 크니까 일부를 가림으로써, 새로운 재료와 형태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한 것 같기도 해요.




데우스 카페 ⓒ월간한옥 / 김한결


ㆍ 한옥상점의 특징 


이경근

월간한옥에서 상점한옥이라는 주제로 상업시설로 다뤄지는 한옥을 여러 차례 다뤘는데요. 확실히 한옥을 사용하는 방식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과거에는 ‘한옥’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컨셉이 많았어요. 한옥 자체가 목적에 가깝다랄까요. 단지 공간만 한옥일 뿐이었다면 최근에는 한옥 자체가 상업 공간이나 브랜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데 쓰이는 하나의 도구에 가까운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일었던 ‘재생’ 붐의 부산물이 아닌가 싶어요. 과거에 비해 기존의 형태와 재료를 살려 맥락을 잇고 흔적을 활용하는 데에 능숙해졌어요. 그래서 상업의 형태도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카페나 식당, 게스트하우스가 주를 이루던 때에서 이제는 편집숍이나 서점 등도 생겨나고 있고요. 형태적으로도 전통 목조 한옥뿐만 아니라 근대 한옥이나 데우스 카페처럼 전문가를 통한 보수, 건축가의 해석이 담긴 새로운 한옥도 마찬가지고요. 상업시설로서 한옥을 다루는 방식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경철

로이스는 어때요. 이렇게 한옥으로 상업 공간을 만들어서 디자인하는 게, 어떻다는 평가보다 문화적인 측면으로요. 한국 사람이지만 외국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오래 생활했기 때문에 바라보는 거리감이 조금 다를 것 같아요.


로이스 리

저는 그 목적이 중요한 것 같아요. 왜 한옥에서 하는 거며, 왜 그렇게 리모델링했는가 하는 것들이요. 그냥 단순히 예뻐 보이게 한다기보다 개발과 생산의 관점에서 지구를 보호하려는, 자원의 재활용이나 지속가능성의 시점이 있는 건지요. 단순히 트렌드가 지금 한옥이니까 그렇게 흐름을 타는 거라면 건축이라고는 안 봐요.







데우스 카페 ⓒ월간한옥 / 김한결


박경철

데우스 카페는 어떤 것 같아요.


로이스 리

비슷한 것 같아요. 건축이라기보다는 디자인인 것 같아요. 일단 굉장히 트렌디하니까요. 전시 디자인, 인테리어, 익스피리언스 디자인으로 보지 한옥 아키텍처로는 안 보이는 것 같아요. 제 눈에는 모든 요소들이 형태는 다 있고 그 위에 덧칠하는 건데, 데우스 카페도 철 메테리얼을 그냥 얹은 거지 뭘 깎아서 끼워 넣은 건 아니니까요. 한옥을 존중하는 것도 있지만 건축이라고 보기는 힘든 것 같아요. 


좋고 나쁨이 아니라 공간의 목적이 브랜드고, 브랜드가 원해서 만든 공간이니까 당연한 것 같아요. 다만 사람들이 왔을 때 궁금하게끔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건물에 대해서 더 배울 수도 있고요.


박경철

건축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저도 전통 건축을 하니까 처음에는 전통 건축을 훼손하는 거라고 느껴져서 불쾌함도 있었고 뭘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스타벅스처럼 대중적인 공간이 대중으로 하여금 전통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방금 얘기한 것처럼 데우스 카페라는 공간이 트렌디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디자인된 상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통 건축물을 가교 역할을 하듯 의도적으로 풀어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전통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잘 표현했다고 봐요.


이관직

생경하다는 표현도 쓰고 관음적이라는 얘기도 했는데 그렇게 정제되지 않은 것이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뒤집어서 표현하는 방식으로 한옥을 드러낸 모습도 보이지만 동시에 최대한 본래의 한옥을 안 건드리려고 애쓴 모습도 보여요. 석회도 새로 한 것들이고 기와도 있던 것과 새것을 섞어서 최대한 원래 모습을 살리려고 했어요. 거친 면이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방식이기도 해요.


이경근

안국이나 북촌에도 리모델링한 한옥은 많지만 촌스럽다고 느꼈던 곳이 많은데 데우스는 우리가 아는 익숙한 한옥의 모습은 아니지만 충분히 멋있다고 느꼈어요.


박경철

근데 그런 거는 처음에는 좀 그렇다가 어느 순간 그 촌스럽다고 느낀 것들이 되게 클래식하게 보일 때가 또 있어요. 이게 한옥이라는 게 한눈에 봤을 때, 예를 들면 지붕 끝을 석회로 마감하는 것보다는 끝이 꺾인 막새기와를 쓰는 걸 이쁘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근데 오래 보다 보면 막새기와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관직

이 정도 스케일에서 그렇게 막새기와를 쓰는 거는 사실 안 어울리는 건데, 원래는 궁궐에서 쓰고 고급화된 거니까. 근데 요즘은 또 달라요. 오히려 막새기와를 쓰는 게 오히려 쉬운 거지 완제품 사다가 넣는 거니까. 석회로 마감하는 게 오히려 시공할 수 있는 장인들이 없어서 더 어려워요.




전주한옥마을 ⓒ월간한옥

ㆍ '상업공간'의 한계 


이경근

점점 상업 공간으로 사용되는 한옥이 늘어날 것 같아요. 그 형태도 다양해질 것 같고요. 전통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가는 흐름도 있고요. 지금 시점에서 이런 논의가 다양하게 필요할 것 같은데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이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공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한옥이라는 하드웨어 자체가, 특히 지어진 지 오래된 적당한 풍화의 미감이 살아있는 공간은 흔치 않고 앞으로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앞으로 어떻게 변하고 또 사용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데우스 카페처럼 한옥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표현 수단의 하나로써 멋지게 잘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이 한옥을 차지했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한옥도 점점 사람이 머무르고 사용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어떤 형태로든 이어질 테니까요.


박경철

한옥으로 카페든 술집이든 뭔가를 하는 사람은 결국 그 한옥이라는 콘셉트, 트렌디한 느낌들, 그런 마케팅 요소를 활용하는 거잖아요. 근데 한옥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스토리텔링이 되게 부족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 공간이 좋아서 찾아가고, 또 사람들이 그걸 좋아하기 때문에 한옥을 콘셉트로 공간을 만든 건데 정작 자기 건물이 언제 만들어진 건물이고, 어떤 변화를 거쳐 왔고 어떤 형식과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지, 그런 거를 주체적으로 인테리어를 하면서 활용을 하면 좋을 텐데, 그건 모르고 표면적인 요소들만 마케팅으로 활용을 하는 게 조금 아쉬워요. 그게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닌데, 그걸 찾아내서 기록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게 유럽하고의 차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관직

근데 또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그야말로 상업적이라고 하는 것에 근본적인 한계랄까. 시간적인 한계도 있죠. 리모델링을 통해 수익을 내서 또 다른 사업이나 프로젝트로 확장하고 이어 나가야 하고 목적 자체가 소모적이고 소비적인 데에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도 그 목적은 충분히 달성이 되니까. 비난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소비를 하는 대중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심리적인 미학 같은 게 있고 그 수명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거기까지만 활용을 하는 거지. 그리고 다른 트렌드가 금세 또 생겨나고 그쪽으로 넘어가야 하니까요.


만드는 사람이 생각하는 지속성가능성이나 어떤 가치보다 그걸 소비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미학적인 수준 자체가 이미 5년도 안 되는 주기를 갖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대기의 산업미라든지 한옥이 갖고 있는 전통미라든지 하는 것들이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선호되는 경향이 있고 그걸 잘 잡아내서 쓰는 게 만드는 사람들의 태도이자 목적이고 그게 제한된 시간 안에서 작동하니까 그런 거 아닌가 해요. 극복해야 될 한계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고,


이경근

저는 그 한계를 만드는 데에 지자체의 방식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익선동이나 전주 한옥마을이나 마치 테마파크처럼 지역의 성격을 규정하면 가능성이 막히는 것 같아요. 한계가 생기는 거죠. 경리단길이나 황리단길도 그렇고요. 00단지, 00마을 이런 형태가 오래, 잘 유지되는 사례가 잘 없죠.


이관직

그런 부류의 미학을 만들게 된 계기가 전주 한옥 마을이죠. 공공에서 캐치하기 전에 민간에서 스스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자원, 대표적으로 한옥을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벽을 허물고 유리를 집어넣고 쇼윈도를 만들고 한 게 시작이죠. 그거를 공공에서 캐치하고 한옥마을로 지정해서 지원도 해주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상업화된 거에 대해 불편함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를 계기로 부여, 익산 같은 도시에도 한옥을 짓도록 권장하는 계기가 됐고, 결과적으로 누군가 주도하지 않고 시작된 풍토적 운동이라고 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기가 짧은 것도 있는 거고,


그런 한계가 있지만 어쨌든 저는 그 한계나 주기에 비판적이지 않아요. 그럴 수밖에 없고 상업화가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과정이니까요. 오히려 그런 주기가 굳이 길어야 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경근

죽은 지역이 되니까요. 한 번 오른 가격이 쉽게 내려가기는 어렵고 그렇게 메뚜기 떼처럼 훑고 지나가면 다시 사람들이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요. 결국 한국이 마주한 문제에 가장 큰 부분이 저는 수도권 집중과 그로 인한 지역 불균형이라고 생각해요.


이관직

근데 그런 흐름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이경근

그렇죠. 어쩌면 제가 개인적으로 걸고 있는 개개인에 대한 이상적인 기대같아요. 모두 원하는 이익을 적당히 얻으면서 버려지거나 큰 손해를 보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같아요. 이왕 한옥이라는 공간에 누군가 들어가서 상업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나왔던 것처럼 건물이 가진 맥락과 역사에 애정을 갖고 다뤄주기를 바라는 거죠.


이태리재 ⓒ월간한옥


ㆍ 투박함과 역동성 


박경철

결국에는 소비자의 어떤 만족감을 채워주는 부분이잖아요. 근데 특히 시대성하고 맞아떨어진 게 한옥이고, 특정 세대, 특정 시대에 어떤 상징된 건물로 이제는 인식을 하게 됐고요. 그러는 사이에 한옥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앞으로는 더 그럴 수도 있고요. 한때는 서구 문화, 일본 문화를 좋아했던 세대가 있지만 이제는 흐름이 어느새 바뀌어서 한옥을 잘은 모르지만, 한옥 카페에 가서 느끼는 만족감을 아니까 같은 커피를 먹더라도 이런 곳을 찾아와서 먹는 거겠죠. 그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왕이면 이렇게 돈을 많이 들여서 리모델링을 했으면, 유럽이나 일본, 미국, 뉴욕 정도만 봐도 이 정도 공간이면 공간에 대한 기념품도 많이 팔잖아요. 그런 요소를 활용하지 못하는 게, 그런게 아쉬워요.


이관직

자기 건물에 관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홍보용으로 쓰든 소장을 하든 그런 것들이 한국에는 참 없죠. 근데 그것도 조금 다르게 얘기를 해보자면, 아까 얘기를 나눴던 것처럼,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구법이나 양식이 남아있는 거예요.


요즘은 경관이라는 말을 도시를 얘기할 때도 많이 쓰잖아요. 영어로는 렌드스케이프라고 번역해서 쓰고 있는데 그게 일본에서 생긴 거예요. 서양에 있는 제도를 갖고 와서 만든 건데, 일본은 지역 위원회를 통해서 모든 건물을 통제해요. 그래서 기차를 타든 골목을 걸으면서 보든, 정리가 되어 있고 너무 퀄리티가 높은 거죠. 일본은 그냥 모든 도시가 사진 찍으면 다 예쁘게 나오는 거예요. 조경도 마찬가지고, 거칠고 투박하고 막 생기고 이런 건 하나도 없어요. 어떻게 보면 그런 짜임새 있는 제도로 인한 역효과라고도 봐요.


반대로 한국은 좀 투박하고 거친 매력이 있잖아요. 사업적인 흐름 때문에 막 하는 거예요. 실제로 세력들이 있어요. 경리단길, 연남동, 성수동 이런 곳에 들어와서 빠르게 아이템 정하고 리모델링해서 마케팅하고 그렇게 동네가 좀 뜨면 이익 챙겨서 금세 털고 또 다른 지역 찾아서 반복하는 거죠. 그게 한국의 흐름이고… 상업화에 있어서 규제 이전에 먼저 치고 나가는 게 있는 거죠. 오히려 그런 게 외국인의 눈에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연요소, 고전요소, 자본주의적 요소가 다 섞여서, 서울이 막 역동적이어서 좋다고 하잖아요.


로이스

관광객들은 좋아할 것 같아요. 그래서 잘 되잖아요. 근데 한국인으로서는 그게 약간 안타까운 거죠. 왜냐면 그 사람들은 그냥 구경하고 사진 찍고 그런 만족이잖아요. 물론 거리감을 좁혀주는 역할도 하지만 너무 비즈니스에 균형이 맞춰져 있으니까요. 그게 아쉬워요.


익선동 식물 ⓒ월간한옥


ㆍ 상점한옥 10년 


이경근

저는 상점한옥 기사가 한 10년, 20년 이렇게 모아놓고 보면 유의미한 변화가 보일 것 같아요. 그리고 전체적인 흐름은 상업적일지라도 그 안에서 분명 의미 있는 변화들도 보여요. 다 자기만의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만 보더라도 한옥으로 신경 쓴 흔적이 보이는 공간을 찾을 때는 몇만 원은 더 쓸 용의가 있어요. 이런 미감을 구축하고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데 들인 공이 있고 덕분에 저는 그런 것들을 소비할 수 있으니까요.


박경철

아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익선동도 사실은 그런 세력들로 시작했어요. 초장기 때는 저도 직접 봉사나 자문을 하기도 했고, 심리위원도 하면서 여러 포지션으로 익선동을 마주했는데,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과거에는 한옥을 활용하는 수준이 굉장히 낮고 거의 카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빵집, 안경집, 편집샵까지 굉장히 다양해졌고 그 수준도 굉장히 높아졌어요.


그래서 저도 이제 한옥 공간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이렇게 하는 거다 저렇게 하는 거다 얘기를 안 해요. 나는 이렇게 한옥을 원래대로 짓는 방식을 하는 사람이고, 이러이런 걸 할 수 있으니 원하는 데로 나를 활용하라고 해요. 저뿐만 아니라 분위기가 그렇게 변하고 있어요.


디자인하고 공간 컨셉을 잡는 사람들이 기술이나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새롭게 활용되는 기술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아쉬운 것도 있지만 불과 10년 사이에 긍정적인 형상도 목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안국동 어니언 ⓒ월간한옥 / 김철성

 

ㆍ 상점한옥의 미래 


이경근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한옥 상업 공간은 어떻게 변해나갈 것 같나요.


이관직

아까 했던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것 같은데, 마케팅의 요소로 한옥이 쓰이고 있다는 것은 인테리어 업자든 카페 사장이든 자금을 활용하는 사람이 갖고 있는 관점이 있다는 건데, 나쁘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어쨌든 그런 심리, 미학이 산업적인 흐름에 있는 거예요. 그 방향에 따라가고 있는 거고, 어떻게 보면 지나간 것을 찾고 발견하는 것들이 그 흐름에 있는 거니까요. 그걸 소비할 수 있는 세대한테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어떤 디렉션이 있겠죠.


이경근

이제는 풍화의 흔적이 묻은, 그런 공간이 한정적이고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 어쩌면 그런 희소성 때문에 주목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그런 수요가 예전 방식대로, 형식과 기술을 찾아서 뭔가를 만들려고 하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없으면 비슷하게 만들자 이런 느낌이죠. 그래서 오히려 과거 형식, 일부는 전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재현되거나 재해석되면서 나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박경철

결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트렌드의 선두에 있는 사람들인데, 이미 우리나라는 전반적인 소비자의 미감이나 시각적인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세계에서 제일 여행 많이 다니는 사람들이 젊은 한국 사람일 거에요. 유럽 어디를 가도 한국 사람이 없는 곳이 없어요. 그런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만족감을 채워주지 않는 공간은 안 가거든요. 그럼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수준도 높아질 거라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