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복 레터 #4] 무속신앙과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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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한복 뉴스레터 #4

  • 톺아보기 - 드라마 <악귀>를 통해서 본 무속신앙과 복식
  • 인터뷰 - 한국적인 것을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 오재엽 작가
  • 화보 - 무속신앙을 담은 힙합 앨범 속 화보, 제이통(J-Tong)-조선 세비지(Chosun Savage)
  • 한복 이야기 - 색동, 명도와 채도의 반복과 균형

조선 세비지(Chosun Savage)-제이통(J-Tong), 앨범 스타일링 화보


🔎 톺아보기

드라마 <악귀>를 통해서 본 무속신앙과 복식


드라마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라는 내용의 드라마입니다. 청춘, 어른, 우리 민족의 정체성인 민속학 그리고 돈 네 가지를 주요한 기획 의도로 드러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민속학에 대한 소개가 눈에 띕니다.


"우리의 전승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 민속학. 설화, 속담, 세시풍속, 민요, 무속신앙 등 생활상을 연구하는 민속학은 어찌 보면 시대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문화재 연구보다 거창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역사보다 작은 얘기일 수 있지만, 당시 민중들의 삶이 어땠는지 그래서 우리가 어떤 삶을 이어받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런 민속학을 통해 금줄, 장독, 된장, 집들이 풍속, 복날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유래 혹은 시초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드라마 <악귀> 기획의도 중에서-


민속학이라는 학문은 넓은 의미로 문화 연구에 해당하지만, 그중에서도 추상적이며, 정신적인 산물인 신앙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그리고 그런 무속신앙은 앞서 언급된 세시풍속, 복날 등의 형태로 여전히 우리 생활 가까이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조금 더 올라간 과거에는 우리 생활에 더욱 밀접한 존재였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무속신앙을 다루는 이야기들이 그 흥미를 돋운다는 점에서 '오컬트'라는 장르로 다뤄져 대중적인 흥미를 이끄는 것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문화를 알린다는 점에서 고증과 각색에 대해 제작자부터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죠. 오늘은 드라마 <악귀>를 비롯해 한국의 무속신앙과 관련된 복식문화의 요소를 살펴봅니다.


무속 신앙, 한국형 오컬트를 풀어내는 스타일 👻

드라마 '악귀' 속 한장면 / ⓒSBS 공식 유튜브 캡처

태자귀죽은 어린아이가 귀신이 된 것인데, 과거 천연두 등의 전염병으로 인해 아이들의 사망률이 높아 이를 계기로 생겨난 것으로 추측됩니다. 근래에 와서는 동자, 애기동자로 불리기도 합니다. 태자귀가 들어온 무당은 아이처럼 말하고 점을 치며 영유아의 혼령인 만큼 변덕이 심하고 진지함이 없어 소란을 떠는 경우가 많고 부러 틀린 점괘를 알려주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아이기 때문에 잘만 달래면 인간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하여 음식과 사탕, 새 옷 등을 공물로 바치며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태자귀는 병마 탓에 사망하거나 낙태, 유산 등으로 인해 생겨났을 테지만 속설에 의하면 아이를 유괴하고 굶겨 배고픔에 거의 실신 지경에 이르렀을 때 아이 앞에 먹을 것을 가져다 두고 손을 내미는 순간 자르고, 혼은 손가락에 봉인한 뒤 시체는 48조각으로 잘라 태우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유학자들이 무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퍼트린 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극중에서 나오는 태자귀는 여자 어린아이가 죽어 귀신이 된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 아이가 당시 머리에 두르고 있던 붉은 댕기가 신체(神體, 신이 깃든 물체)로 등장합니다. 댕기는 머리를 묶는 장신구로 보통 처녀나 젊은 사람은 붉은색이나 홍색, 나이가 든 사람은 자주색, 과부는 검은색, 상중인 여자는 흰색 댕기를 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법적으로 혼인이 가능한 나이가 남자 열다섯, 여자 열 넷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태자귀가 된 아이는 십 대 초반의 어린 아이로 추측할 수 있죠. 이런 부분이 고증되어 극중에서도 태자귀가 된 아이는 열 살 무렵의 아이로 그려집니다. 극중에서는 태자귀가 씌어 장난스러우면서도 무서운 주인공 연기를 김태리 배우가 실감 나게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위)'무령'을 들고 있는 무당의 모습 (아래)무령 / ⓒ국립민속박물관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극중에서는 앞서 서술된 태자귀를 만드는 방법과 동일한 모습이 연출되었는데요. 무속신앙은 무당을 중심으로 체계화되어 있으며, 기본 제의(祭儀, 제사의 의식)로 굿이 있습니다. 굿을 하는 것을 직접 볼 일은 흔치 않지만, 어렴풋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매체 등을 통해 자주 볼 수 있죠. 굿이라는 행위의 주체는 무당이며 그에 맞는 소품이 등장합니다. 이를 무구(巫具)라고 하며 대표적으로 무당방울이라고도 불리는 무령이 있습니다. 자루 하나에 종이 여러 개 달린 것인데 청동제로 일곱 개의 종을 다는 것이 기본입니다. 무당은 무령뿐만 아니라 칼을 쥐기도 하며 날카로운 작두에 올라 걷기도 합니다. 징, 장구 같은 악기와 부채 등도 쓰이는데 이는 지역별로 행하는 굿의 종류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죠.


(위)불사거리, 서울새남굿 (아래)성주거리, 성주님 공수 주는 모습 / ⓒ국립무형유산원

무구 외에도 굿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이 무복입니다. 굿을 할 때 입는 복장이죠. 쾌자와 구군복 위에 꽃갓을 쓰거나 하얀 고깔과 외투를 입는 승무복 복장도 있습니다. 특히 귀신과 관련된 굿을 행할 때는 귀신을 쫓는다는 붉은색 계열의 복장이 도드라지며, 그 외에도 오방색을 포함하여 원색이 드러나는 복장을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펑퍼짐한 옷을 주로 입고 신체를 활용하는 퍼포먼스를 더합니다. 이때 소품으로 화려한 장식이 된 투구, 갓, 패랭이 등 모자도 함께 착용하죠. <악귀>에서는 극중 태자귀를 만드는 의식을 치를 때 무당이 흰색 무복을 착용하고 있는데요. 장삼, 그중에서도 백장삼은 무복의 바탕이 되는 옷으로 이 역시도 제의의 성격에 맞춰 착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복, 조선시대의 젠더리스 패션 🌈

활옷(여성 혼례복) 형태의 무복을 입은 남성무당 / ⓒ국립민속박물관

무복 착용에 있어 흥미로운 점은 바로 젠더리스적인 성격입니다. 패션계에서는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성별, 나이, 인종 등 기존의 관념적인 경계를 없애가는 사회적 통념의 움직임과 함께 변화하는 것이겠죠.


무당은 각자가 섬기는 신이 있습니다. 섬길 신과 매칭되는 과정을 신내림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하지만 무당의 성별과 상관없이 섬기는 신의 성별은 남성일 수도 여성일 수도 있습니다. 무당은 굿을 하거나 신점을 칠 때 빙의(憑依) 등을 통해 신과 의사소통을 통해 초월적인 힘을 빌리는 것으로 잠시 무당 본인의 육체에 다른 정신이 깃들기도 하는데요. 어떤 성별의 신이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무당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옷을 섞어 입었습니다.


조선시대는 유교가 바탕이 되어 지금과는 다르게 남녀의 구별이 명확했기 때문에, 이는 복장을 착용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예로 여성 한복의 한 가지인 장옷은 조선시대에 부녀자들이 외출할 때 내외용(內外用)으로 머리부터 내려쓴 옷이었는데, 이것이 현대 무슬림의 히잡처럼 부녀자의 얼굴을 가리려 했던 풍속에서 유래된 의복이었으니 말이죠. 


현대에도 젠더리스를 표현함에 있어서 복식문화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어떤 옷을 입는지가 중요한 표현 수단의 하나가 됐죠. 조선시대에 무당이 신체의 형태와는 다르게 그 안에 깃든 정신과 정체성에 따라 무복을 입었던 것을 생각하면 젠더리스뿐만 아니라 성 정체성의 다양화라는 관점에서도 유사한 매커니즘으로 표현되었던 것입니다.



📄✏️한국적인 것을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

오재엽 염색 작가 인터뷰


우리의 삶은 '색'과 가까이 있습니다. 자연의 모습에서 이름붙인 여러 색 이름을 사용하며, 문화권마다 고유한 색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도 우리는 늘 색을 마주하고 감정을 느낍니다. 우리가 매일 입는 옷 또한 소재와 형태 그리고 색을 기준으로 고릅니다. 무속신앙에서 오방색이 갖는 상징성이 큰 이유도 색이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들어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옷에 색을 입히는 작업을 염색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염색 또한 전통 문화의 한 갈래로 여겨집니다. 색 이름을 자연의 심상에서 따오고 추상적인 이름을 붙여 문화가 형성된 것처럼, 옷을 염색하는 일 역시 자연으로부터 와 우리 삶에 다양한 의미와 심상을 불어 넣습니다.


<수련(The Water Lily)>는 2017년에 제작된 아트필름으로 섬유염색으로 표현한 '오방색'과 한국무용인 '승무'를 소재로 우리 전통 요소를 담았습니다.  


아트필름 <수련 (The Water Lily)> 스틸 컷, 쿤스트호이테 기획/연출, 2017


<수련(The Water Lily)> 풀버전 보러가기 🔍


우리를 둘러싼 것이 모두 변하듯 우리의 의식주 역시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가 가진 것과 지켜야 할 것, 또 놓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월간한복에서는 변하는 것들 사이 변하지 않는 것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 해답을 묻고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고자 "한국적 정체성으로 정의할 수 있는 복식문화의 특징은 무엇인가요?'"라는 공통의 질문을 한복과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던져봅니다. 


이번 호는 섬유염색과 공예를 기반으로 자연의 색과 소재를 담아 현대 생활에 가치 있게 "쓰이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만드는 브랜드 쿤스트호이테 (Kunst heute) 오재엽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오재엽 작가

오재엽 염색 작가


'토속적, 풍토적(옷감과 색)관점으로 바라본 한국적 복식문화'

 

내가 생각하는 한복은 항상 가까우면서도 조금 먼 존재다. 한국을 상징하는 가장 전통적인 의복이기에 명절이나 잔치, 집안 대소사에는 아주 친숙하게 접할 수 있지만, 내가 입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지어둔 맞춤 한복도 없을뿐더러 한복 대여하는 옷들은 내게 조금 어색하고 낯선 마음이 생겨 선뜻 도전하기가 힘이 든다. 지나치게 많이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문화들 속에 뒤섞이며 살아가는 요즘 시대이기에 우리의 전통 의복도 ‘친숙함과 낯섦 사이’를 오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한국의 복식문화와 함께 우리의 정체성 또한 흐릿해지지 않도록 지속해 전해지고 계승이 되면서 현재와 어우러지며 우리와 함께 향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셔츠 재염색 과정, 오재엽 작가

당연한 말이겠지만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것이 한국 복식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라 생각한다. 섬유염색을 하는 나의 입장에서 전통한복 디자인을 생각하면 형태보다 앞서 떠오르는 것이 옷감과 색이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원재료들을 가지고 무명이나 삼베, 모시와 명주 같은 옷감을 직접 제직하였고 자연의 염료들로 아름다운 색을 물들였다. 신분이나 계급, 용도에 따라 다양한 옷감들을 활용해 한복을 지었고 그 시대에는 일상 어느 때나 항상 입고 있는 민족의 옷이었다. 한복을 짓는 장인들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고 가정에서도 손바느질로 꿰매어 가며 귀한 옷일수록 오래오래 곁에 두고 입었다. 


한복을 짓는 장인들은 그 시대 여러 신분의 고객에 맞춰 다양한 옷을 만들었을 것이고 그 옷을 만들기 위해 쓰이는 옷감들을 손으로 재직하고 물들이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았을 것이다.

메리골드 염료의 그라데이션 염색, 오재엽 작가  

그리하여 지속적으로 기능적인 측면과 미적인 측면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것은 좋은 것이여, 얼쑤-’에서 말하는 진정한 우리의 것이 만들어지는 구조다. 비단 복식문화의 이야기만은 아니겠지만 지금은 찾기힘든, 전승되지 못한 우리의 섬유 제작, 염색법들이 있다고 한다. 문화라는 것은 만드는 사람과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이 소통하며 함께 일구어나가는 것이기에 그러한 정체성이 지금 시대에 알맞게 적용되어 우리와 함께 계속 한다면 내가 느끼는 ‘친숙함과 낯설음의 사이’의 느낌은 사라지고 일상적인 문화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자연에서 온 염료를 활용해 다양한 기법으로 문양과 색을 연구하고 표현하는 입장에서 본 가장 우리다운 옷감과 그 색을 다시한번 곱씹어보며, '변화와 쓰임, 그리고 이어짐'의 관점에서, 섬유염색 작업을 이어나가려한다.

목재 소재의 인디고 염색, 오재엽 작가

월간한복 뉴스레터의 두번째 인터뷰로 오재엽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작가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염색은 옷의 '색'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때 색은 중요한 선택지입니다. 같은 것이라도 색이 다르다면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죠. 지난 뉴스레터 인터뷰에서도 색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나왔는데요. 그만큼 색은 문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현대에는 화학적 염료로 다양한 색을 비교적 쉽게 구현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우리가 입는 색 조차 자연에서 이어졌을 것입니다. 색을 입히는 옷감도 마찬가지였을 테고요. 하지만 오재엽 작가의 인터뷰처럼 문화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만드는 것만큼이나 그것 즐기고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근본적으로 그런 환경이 정체성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아닐까요. 오재엽 작가의 고민이 어떤 동력을 만들어 갈 지 기대를 해봅니다.


뉴스레터 최하단의 링크를 통해 이야기를 듣고 싶은 인터뷰이를 권해주세요. 다음 호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쿤스트호이테의 작업 보러 가기 🔍



무속신앙을 담은 힙합 앨범과 화보, 제이통-조선세비지 🎤🎧


조선 세비지(Chosun Savage) MV , 제이통(J-Tong)


큼지막한 보름달이 뜬 밤 하늘

친히 황금용을 타고 태백 [太白] 에 자리하신 환웅

그 전설 속에 모태가 되는 내 조상은

역경을 버티고 살아남았지 동굴 속 쑥과 마늘


뛰 노는 어린 아해들의 댕기머리

문전성시 인 잔치상엔 돼지머리

처마 밑엔 볏집을 엮은 누런 메줏덩이

판소릴 통해 이어지는 민족의 Story



안식을 위해 잡은 제물 [祭物] 을 제삿상 위에

오방색 장식과 함께 큰 장군칼을 든 내 DNA 엔.



-제이통 '조선 세비지' 중에서-


조선 세비지(Chosun Savage)-제이통(J-Tong), 앨범 스타일링 화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기며, 뒤이어서 들리는 무령 소리로 시작하는 '조선 세비지'는 힙합 아티스트이자 사회활동가 제이통이 22년 발매한 싱글 앨범입니다. 기묘한 느낌이 드는 사운드와 영상, 그리고 한국 무속신앙을 모티브로 한 스타일링과 영상 후반 다양한 장면이 섞인 아트웍의 조화가 인상 깊습니다.


한국의 무속신앙은 종종 모티브로 차용되는데요. 사운드적으로는 무령 소리를, 양식으로는 제의를, 서사적으로는 설화 등을 사용하며 사진, 비디오 등 시각적으로 소비되는 매체에서는 주로 소품과 복장을 활용한 스타일링으로 한국의 무속신앙을 표현합니다. '조선 세비지' 역시 한국의 무속신앙을 모티브로 한 스타일링이 돋보이는데요. 무령과 색동옷, 화려한 장식을 얹은 푸른 갓, 그림이 그려진 부채, 흑색과 백색의 장삼, 크고 넓은 소매폭의 옷 등이 눈에 띕니다.


사진 속 스타일링처럼 한국의 무속신앙에서는 오방색이 자주 쓰입니다. 감각적인 표현보다는 주술적, 종교적 의미로 오방색을 활용했는데요. 특히 적색은 복을 기원하는 가장 기본적인 색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청색 역사 벽사(辟邪, 재앙을 막고 액(厄)을 극복하는 행위로 사악한 기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전통 민간신앙의 하나)의 힘을 가졌다고 믿는 장군의 무복에서 많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소매가 길게 내려오는 장삼과 하얀 고깔, 어깨에 걸쳐 두른 띠는 대표적인 살풀이춤('살을 푸는 춤'으로 무속 의식에서 '액'을 뜻하는 '살' 풀어 없앤다는 뜻)인 승무복의 형태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은 세대에 걸쳐 전승되는 것입니다. 최근 MZ세대부터 과거 X세대, Y세대 등 시대를 구분 짓는 단어가 늘 있어왔지만 기본적으로 한 세대는 보통 25~30년 정도를 말합니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활용·해석되지 않는다면 온전히 전승되지 않을 수도 있는 셈이죠. 아티스트 제이통의 '조선 세비지'는 힙합, 아트 디렉터와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 모델 등 근현대에 생겨나 이름 지어진 이들이 다시금 만들어 낸 시각 예술로서 무속신앙의 모습입니다. 지금 이 모습이 한 세대의 문화적 해석으로 한국 무속신앙이 또 다음 세대로 이어갈 수 있는 흔적과 동력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아트 디렉터 /김대홍, 한유진

포토그래퍼 / 이부바

헤어 메이크업 & 스타일링 / 한유진

의상 디자인 / 김현경

모델 / 이동길, 김한샘, 문성원, 김다운, 한유진


제이통(J-Tong) 인스타그램 🔍



📚 한복 이야기

명도와 채도의 반복과 균형, 색동

색동 직물 / ⓒ 국립민속박물관


색동의 ‘동’은 저고리 소매를 이어 만드는 한 조각을 의미합니다. 즉, 색색의 조각을 이어 붙인 것입니다. 조상들은 경사스러운 날이나 명절, 혹은 굿과 같이 액을 쫓고 복을 기원할 때 색동을 입었습니다. 색동에는 원색인 '오방색'과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간색이 추가되기도 했죠. 이러한 원색의 조화는 오방색의 근본이 되는 음양오행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민족은 고대부터 음양오행은 자연과 우주로부터 찾은 색으로 그 의미 역시 자연을 담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 때문에 색에서 자연의 이치와 원리를 발견하고 그것이 상징하는 바를 의복에 녹여 때와 장소에 따라 적합한 옷을 입었죠. 그중 색동은 선명한 오방색의 조화가 특징인 옷으로 색동은 한 색의 의미를 담는 것이 아닌 모든 색, 즉 우주 만물의 조화를 상징합니다.


(위)원삼 형태의 무복, (아래)아동용 색동저고리 / ⓒ 국립민속박물관


색동에서 가장 자주 쓰이며 대표되는 색인 ‘적색’은 만물이 무성한 이미지로 생명력이 왕성한 계절인 여름, 오행으로는 불을 의미합니다. 정열과 사랑, 태양 등의 이미지와 더불어 정복, 폭력, 저주, 그리고 악귀와 병마에 대한 신의 원력과 같은 주술적 의미도 있죠. 때문에 적색이 섞인 색동은 무당들이 입는 무복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색동은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무당의 옷이기도 했기 때문에 오방색의 상징성을 활용해 무당의 주술 능력을 가시화하기도 했습니다.


색동에서 가장 찾아보기 힘든 오방색은 ‘흑색’인데 이는 흑이 어둡고 차가우며 계절로는 겨울, 오행으로는 물을 의미하고 과거부터 우울함과 음흉함, 악함을 상징했습니다. 때문에 색동에는 잘 사용하지 않았으며 특히 어린아이들이 입었던 색동에는 더더욱 기피했죠. 이런 이유로 흑색을 제외한 적색과 황색, 청색과 오간색(五間色)인 자주색으로 색동을 조합해 서로 잘 어울리고 명랑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 해가 되는 기운을 막았습니다.

 

이렇듯 색동은 자연에서 가져온 색을 통해 미적인 아름다움을 실천하고 그 안에 복을 담아 기원했던 산물입니다. 음양오행을 기본으로 한 색동에는 어떤 색을 입고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화를 피하고 복을 기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죠. 색동은 백의민족이라고 불릴 만큼 예부터 평상복으로 애용한 백색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던 우리 민족 고유 의복으로 자연에서 이치를 찾고 그 조화를 통해 미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했던 조상들의 색체감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복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한복 짓는 이들의 이야기, 함께 참여해주세요!


"어디까지가 전통인가?"


한복, 한옥, 공예 모든 분야에 걸쳐 가장 화두가 되는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다운 것은 계속해서 변해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근대에 일제강점기라는 역사, 문화적 단절의 시기를 겪으며 전통이라는 것을 그 이전의 것으로 정의하는 경향이 존재합니다. 하여 그것이 현대적으로 변화하는 것에 있어 여러 의견이 오가며 대립이 발생하기도 하죠.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월간한복 레터로 다양한 한복 제작자들이 생각하는 한복이 무엇인지 듣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의 가치관과 의견을 존중하며 이해를 바탕으로 공감대를 넓혀, 적어도 어떤 범위로 규정될 수 있는 동시대의 한복에 대해 알아가고자 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한복에 대한 궁금증이나 이야기를 듣고 싶은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알려주세요.

다음 뉴스레터부터 한복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 보내드립니다. 이후 월간한복 레터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발행인 Publisher

박경철 Kyoungcheol Park


뉴스레터 편집장 Editor in Chief

이경근 Gyunggeun Lee


기자 Editor

권혜리 Hyeri Kwon

송윤하 Yoonha Song

신정민 Jungmin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