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복 레터 #2] 고정적인 문화는 없다, 한복은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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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한복 뉴스레터 #2

  • 톺아보기 1 - 무대 위 한복 (인터뷰 - 테너 김성호,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우승자)
  • 톺아보기 2 - 힙합과 한복
  • 한복화보 - #컨셉으로 보는 한복
  • 소재 이야기, 여름 특집 두번째 '안동포'


   🔎톺아보기 #1    

무대 위 한복

대중가요를 넘어 서구의 클래식 문화까지 🎻


올해 4월 북미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K팝가수 처음으로 헤드라이너를 맡은 블랙핑크의 무대가 연일 화제였습니다. 특히 한옥과 부채춤을 활용한 무대연출과 이를 극대화한 한복이 주목받았는데요. 조선시대 무관의 복장 ‘철릭(帖裏)’과 한국 전통 문양이 새겨진 한복과 자개 장신구 착용해 그들만의 정체성이 구축된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블랙핑크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 스트레이키즈, 오마이걸 등 수많은 K팝 가수가 곡의 컨셉과 정체성을 강조한 무대를 위해 한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K팝을 넘어 여러 장르 속 다채롭게 녹아든 무대 위의 한복을 만나봅니다.


테너 김성호 / 사진 BBC 카디프 SNS 공식 계정 


기존에는 K팝으로 불리는 한국 대중가요, 특히 아이돌 중심의 한복 무대의상이 주목받아 왔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국내에서는 발레, 오페라와 같은 공연에서 한복을 입는 등 서양 중심의 공연 문화에 한국적 정체성을 접목해왔는데요.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주최, 진행되는 발레, 성악, 오페라 등 서구의 상류층 공연 문화에서도 한복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세계 성악 콩쿠르인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이하 BBC 카디프 콩쿠르)에 참가한 한국인 테너 김성호 씨(32)가 가곡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의 우승 소식과 함께 무대에서 입었던 의상에도 이목이 쏠렸는데요. 그는 예선과 결선 무대에서 대나무와 매화, 학 등의 십장생 문양이 새겨진 잿빛 두루마기를 착용해 드레스와 턱시도에만 익숙했던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했습니다. 또, 결선 무대에서 슈만·본 윌리엄스·라흐마니노프 등의 가곡과 함께 한국 가곡인 ‘동심초’(김성태 곡)를, 예선에서는 ‘고풍의상’(조지훈 시, 윤이상 곡)을 불렀습니다.


현재 독일 도르트문트 오페라극장의 전속 가수로 활동 중인 테너 김성호 씨와의 인터뷰로 BBC 카디프 콩쿠르의 생생한 현장과 한복 의상 비하인드를 전해드립니다.



김성호 테너 인터뷰 🎤


Q1. BBC Cardiff 콩쿠르에 참가한 계기가 있을까요?

 

제 인생 모토가 "한번 사는 인생, 도전하지 않아서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자"입니다. BBC 콩쿠르는 성악계에서 끝판왕 콩쿠르로 여겨집니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나이가 차서 마지막 도전이었고 그렇기에 도전하는 것에 의의를 두었는데요. 우승으로 잘 마침표 찍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또, 한국 무대에서 관객분들을 더 자주 만나고 싶었는데 이번 콩쿠르가 그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쁩니다.

 

 

Q2. 예선과 결선 무대에서 한국 가곡을 선곡한 의미가 있을까요?

 

대학 시절 교수님께서 ‘한국 가곡은 한과 흥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번 콩쿠르가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지만, 한국을 알릴 좋은 기회였던 만큼 한국의 한과 흥을 다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예선에서는 한국의 ‘흥’을 담은 <고풍의상>을, 2차에는 ‘한’을 보여주는 <동심초>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두곡을 통해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한국이라는 나라를 정서적으로 이해했길 바랍니다.

 

 

Q3. 해외 성악 무대에서 '두루마기'를 의상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한복과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인만큼 한복을 제대로 갖춰 입을까하다가, 한국 가곡만 부르는 게 아니다 보니 너무 이질감이 들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코트나 재킷처럼 최소한의 장치로 한국적인 멋을 보여줄 수 있는 두루마기를 입었습니다.

 

색상에도 관심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클래식의 경우 남성은 웬만하면 어두운 계열의 연주복을 입습니다. 저 또한 콩쿠르 무대인 만큼 어두운 계열 중 가장 밝은 색이었던 쥐색 두루마기를 선택했습니다.


BBC 카디프 콩쿠르 우승 현장 / 사진 테너 김성호 페이스북

Q4. 해외 성악 무대에서 전통의상을 입는 경우가 흔할까요? 또 주위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아프리카 친구들이 가끔씩 본인 부족의 의상을 입는 걸 보았고, 다른 국가 친구들도 자국 전통 장신구를 많이 착용합니다. 그걸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로는 “우리는 왜 안돼? 이렇게 아름다운 한복이 있으면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에서 계속 있다 보면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커지는데 저도 그 감정을 한복에 실어 착용한 것 같습니다. 또, 콩쿠르에 중국 참가자 두 명이 본선에 올라왔기 때문에 중국 내의 이목도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이 한복을 입고 싶었습니다.

 

경연이 끝난 후에는 주위에서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고마워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아름답다며 한복에 새겨진 십장생의 의미를 물어보고 두루마기의 용도와 이름까지 적어가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대회 관계자들도 제가 두루마기를 입을 거라고 하니 물개 박수치며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며 함께 좋아해주었어요. 같은 한국 동료들도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다며 수상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기도 했습니다.

 

 

 Q5.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함께 응원한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우선 이번 시즌은 도르트문트 오페라로 돌아가 제 자리에서 동료들과 행복하게 공연하며 내실을 계속해서 다져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한국 연주가 잡히기 시작해서 한국에서도 자주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항상 관심가져주시고 응원과 기도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부족한 사람인데 이렇게 한없는 사랑과 관심을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갚을 수 있는 길은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 방법뿐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언제나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삶을 노래하는 성악가가 되겠습니다.




한편 김성호 테너의 한복 착용에 대해서 고름(옷자락을 여미는 끈)매듭이 본래의 방식과는 조금 달라 이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이에 김성호 테너는 "명백한 제 실수이기 때문에 그저 죄송하고 민망한데요. 어릴 적에는 명절때 한복을 즐겨입었지만 성인이 되고 난 후 처음 옷고름을 매다보니 이런 실수가 일어났습니다."라고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다시 한복을 입고 무대를 서게 된다면 제대로 공부해서 입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라며 한복과 한국을 알리려는 의지를 표했습니다.


이처럼 전통문화를 표현함에 있어서, 그 영향력이 클수록, 정확한 양식이나 고증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해석의 여지는 열려있지만 잘못알려지지 않아야 하기에 조심스러운 마음이 뒤따르는 것이겠죠. 하지만 과도한 비판보다는 이를 경험삼아 격려하며 함께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김성호 테너의 무대는 상대적으로 서구문화가 중심이 되는 클래식 장르에서 곡뿐만 아니라 함께 어우러진 무대 의상으로 한국적인 정체성을 드러낸 사례로, 이후에도 더 많은 기회로 한복이 드러나길 바랍니다.



🎼 BBC 카디프 Singer of the world 2023 - 고풍의상(윤이상 곡), 김성호 테너 영상 링



   🔎톺아보기 #2     

힙합과 한복 

자연스럽게 융화하는 문화와 양식 🎤

스트릿우먼파이터, Mnet / 실루엣은 살리되 편의를 위해 세로로 찢어 활동성을 갖춘 한복 무대 의상


문화는 우리 생활과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집니다.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유행한 음악 장르는 다름 아닌 '힙합'과 '얼터너티브'입니다. 보통 음악 장르에는 그에 맞는 여러 양식적인 유행이 따릅니다. 대표적으로 패션이 있죠. 그중에서도 힙합, 락 등은 개성이 짙은 패션을 포함하는 대표 장르입니다.


힙합 음악이 유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패션 트랜드도 함께 움직이고 있죠. 세계적으로 K팝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뮤지션 또한 힙합과 얼터너티브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현대의 대중음악은 패션뿐만 아니라 퍼포먼스를 중시하기 때문에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아티스트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의상은 그런 특징이 어떤 요소보다도 잘 드러납니다.


최근 대중음악의 무대 의상으로 사용된 한복에서도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나는데요.


우선 한복의 소재나 색감 등은 살리되, 특히 하의의 경우 길이를 줄이거나 바지를 착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대 위에서 과격하고 큰 움직임의 안무와 퍼포먼스를 해야 하기에 필요에 따라 변형된 것입니다. 그리고 상의는 여성 의상의 경우에 짧고 붙는 크롭탑 형태로 리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또한 최근 힙합 패션에서 유행하는 경향을 따른 것입니다. 더불어 철릭이나 두루마기 등 걸치는 외투는 소매 폭이나 넓은 품이 퍼포먼스에서 도드라지도록 손을 크게 젓거나 회전시키는 안무를 넣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문양과 색감을 사용해 기존의 한복과는 다르게 다소 화려하거나 강한 인상을 만들기도 하죠.


여성 한복의 경우 남성 한복보다 액세서리나 색채 등 구성요소가 다채롭고, 민간에서도 여성한복 씬의 움직임이 더 활발합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크게 밀접해 보이지 않는 이종 분야가 서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어떤 대중문화의 변화와 등장이 새로운 한복을 등장시킬지 기대되지 않나요.


🎧 힙합 + 한복 무대 의상 퍼포먼스 영상 플레이 리스트 바로가기



   새롭게 보는, 한복 화보    

'패션', 복식문화는 의, 식, 주라는 장르 중에 가장 변화가 빠르고 유행에 민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섬세하게 동시대의 문화와 정서를 담아낼 수도 있습니다. 최근 K팝 열풍의 중심에는 단연 아이돌이 있죠. 그리고 최근 아이돌 씬은 여성 아이돌이 대세라고 할 만큼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데요. 아이돌은 무대에 오르기 전 대기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무대와 공연에 맞는 의상과 메이크업을 갖추고 화려하게 등장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화보는 이런 '창조적 변신'의 공간이자 '여성'의 공간이었던 규방을 키치하고 세련된 아이돌 대기실로 재해석하였습니다.분홍색과 보라색, 형광빛 조명은 화려하고 강렬하며 에너지가 느껴지죠. 익숙한 현대 소품 속 화장품이 담긴 청화백자합과 자개장 등 전통 소품을 활용한 디테일도 눈에 띕니다. 화장대의 풍경 또한 과거와는 달라졌을 테지요.


고정적인 문화는 없습니다. 늘 융화하며 변화합니다. 문화를 담는 다채로운 시선을 발견해 보세요.


화보 기획 및 촬영: 청춘한복아랑

사진 / ⓒ 청춘한복아랑




   소재 이야기, 여름 특집 두번째 🌊   
안동포: 신라 화랑들의 한복 소재  

안동포 / ⓒ 안동포타운


삼베는 모시와 함께 예부터 여름 소재로 사랑받아 온 한복 전통 원단이다. 마직물의 일종으로 대마의 껍질을 벗겨 만들며, 땀 흡수와 건조가 빨라서 통풍이 잘되고 내구성이 탄탄해 세탁 시 손상이 적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입을 수 있었다. 덕분에 서민들에게 친숙한 옷감이었으며 상고시대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해왔다. 삼베는 전국적으로 생산하긴 했으나 이 가운데 영남 지역은 기후와 토질이 대마 재배 조건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꼽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안동포다.

 

안동포는 안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삼베를 말한다. 상고시대 낙동강 유역 일부 농가에서 야생 대마를 재배해 안동포로 발전되었는데, 다른 삼베들과 구별되는 직조 과정을 거친다. 마직물인 삼베는 대마의 껍질을 다루는 과정에 따라 생냉이, 익냉이, 무삼으로 나뉘는데 이중 생냉이가 가장 까다로운 제직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많은 노동력과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지역은 익냉이를 사용하지만, 안동포는 이 ‘생냉이’를 사용해 만들어진 삼배이기 때문에 다른 삼베보다 곱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삼베는 신라 화랑들이 즐겨 입었으며 옛 무덤에서 마포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영남 지역의 마 직조 기술이 발전되어 안동포로 자리 잡은 것은 조선 19세기 후반 정도로 추측된다. 이 무렵부터 지방 특산물로 인정받아 진상품으로 지정되어 궁중 옷감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국내외로 활발하게 유통된 기록이 있다.

 

현재 안동포제직기술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돼 있다. 다만 안동포는 가내수공업으로 제작되어 생산량이 적고 다른 원단에 비해 가격대가 높아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생산자가 대부분 고령이며 안동포제직기술 전수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안동포짜기마을보존회에서는 안동포의 생산방식을 현대화하고, 국내시장 유통 활성화와 해외 진출을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복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한복 짓는 이들의 이야기, 함께 참여해주세요!  

"어디까지가 전통인가?"


한옥, 한복, 공예 모든 분야에 걸쳐 가장 화두가 되는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다운 것'은 계속해서 변해갑니다. 하지만 한국은 근대에 일제강점기라는 역사, 문화적 단절의 시기를 겪으며 '전통'을 그 이전의 것으로 정의하는 경향이 존재하는데요. 하여 그것이 현대적으로 변화할때 여러 대립이 발생하기도 하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월간한복 레터로 다양한 한복 제작자들이 생각하는 한복이 무엇인지 듣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의 가치관과 의견을 존중하며 이해를 바탕으로 공감대를 넓혀, 적어도 어떤 범위로 규정될 수 있는 동시대의 한복에 대해 알아가고자 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한복에 대한 궁금증이나 이야기를 듣고 싶은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알려주세요.

다음 뉴스레터부터 한복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이 반영된 월간한복 레터를 만나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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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Publisher

박경철 Kyoungcheol Park


뉴스레터 편집장 Editor in Chief

이경근 Gyunggeun Lee


기자 Editor

권혜리 Hyeri Kwon

송윤하 Yoonha Song

신정민 Jeongmin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