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한옥 뉴스레터 49호
- 229,655점, 해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
- "낙찰되었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를 환수하는 방법들
- 우리 문화재는 꼭 환수되어야만 할까?
- 우리 문화재를 위해 68억을 태운 '외국계', '게임' 회사
* 지난 뉴스레터 #47 '문화재로 60년, 이제 국가유산으로', #48 '대항해시대의 흔적, 침몰선박과 해저유물' 에서는 국내외의 문화재 현황과 이슈를 알아봤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ㆍ229,655점, 해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

헌종가례진하도8폭병풍 / 경기도박물관 소장
최근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진행된 [조선, 병풍의 나라 2] 전시를 비롯해 우리 문화유산 관련 전시가 눈에 띄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삼성의 故 이건희 회장이 개인 소유하고 있던 소장품 2만 3천여 점을 기증하며 우리 문화재를 볼 수 있는 기획전시도 여럿 있었습니다. 그중 몇몇 전시는 치열한 예매 경쟁도 있었는데요. 최근의 이러한 문화재에 관한 관심은 국가가 소장, 관리하는 문화재를 넘어 민간에서의 개인, 기업, 협단체 소유의 문화재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재는 4,300여 점이며 등록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를 합치면 1만 점이 넘습니다. 개인,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문화재까지 고려하면 그 숫자는 매우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화재 현황
한국의 문화재는 해외에도 존재합니다. 그것도 많이 존재하죠. 근대 역사를 지나오는 과정에서 많은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되었습니다. 교류를 목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보내진 것들도 있고, 민간에서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것과 일부는 도굴, 약탈 등 비인도적, 불법적으로 유출된 것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현재 해외에 소재하고 있는 문화재를 국외소재문화재라 칭하고 있으며, 국외소재문화재 재단(이하 재단)에서 그 현황을 파악,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재단 안내에 따르면 미술관 등에서 공개적으로 밝혀진 소장처만 27개국 784개처 23만 점에 달합니다. 그중에서도 약 10만 점은 일본, 7만 점은 미국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소재 문화재 역시도 공개적으로 소재가 밝혀진 것 외에 많은 양이 존재하며, 경매, 기증, 구매 등을 통해 환수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1만 점의 문화재가 공공, 민간 분야에서 환수되었으며, 이 중 862점이 재단을 통해 환수되었습니다. 환수된 문화재 중 일부는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습니다.
ㆍ"낙찰되었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를 환수하는 방법들


백자청화이기하묘지 / 충남역사박물관 소장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는 문화재의 반출 경위에 따라 환수 주체와 방식이 달라집니다. 먼저 불법·부당 반출 혹은 합법 반출 등 경위를 조사한 후 반환을 추진합니다. 이때 정부가 주도한다면 정부 차원의 협상으로, 개인 혹은 기업이 활동한다면 민간 차원의 협상으로 구분됩니다. 상황에 따라 민관 협력으로 환수가 이뤄지기도 하는데요. 환수 형식은 크게 아래와 같이 나뉩니다.
🎁 기증
- 가장 이상적인 환수 형식으로 개인, 기관 등이 자발적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경우입니다. 지난해 2022년에는 조선 시대 묘지석이 두 차례 기증됐습니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한 <백자청화이기하묘지>와 일본 거주 중인 한국인이 매입 후 소장했던 <백자청화김경온묘지>, <백자철화이성립묘지>인데요. 해외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묘지가 국내로 반환된 전국 최초의 사례이자 불법 반출품 반환에 대가를 요구하지 않은 모범 사례입니다.
💎 경매
- 크리스티, 소더비 등의 경매 채널을 통한 매입 환수입니다. 최근 보물로 지정된 <독서당계회도>는 재단이 2022년 3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매입해 환수됐습니다. 유물의 국외 반출 경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처음 소장자이던 간다 기이치로가 사망한 후 유족으로부터 입수한 다른 소장자가 경매에 내놓았고, 재단은 8억 원가량에 긴급 매입했습니다. 이때 사용된 자금은 복권기금으로 마련됐는데요. 복권기금은 지난해부터 ‘국내외 문화재 긴급 매입 및 관리지원 사업’ 운영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석가삼존도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구매
- 가장 단순하지만 어려운 과정은 개별 협상을 통해 돈을 주고 매입하는 것입니다. 2014년 초, 미국의 허미티지박물관으로부터 <석가삼존도>를 반환받았는데요. 외적인 형태는 기증이었지만, 이를 위해 '리그오브레전드'로도 유명한 외국계 게임 개발·유통 회사인 '라이엇 게임즈'가 허미티지박물관에 3억 원가량을 기부금으로 사용했습니다. 이외에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최근에 인수한 '대동여지도'는 일본 내 고서점에서 발견하여 산 것이며 이 또한 복권기금으로 마련된 예산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문화재 소재국 현지에서의 활용
- 유물이 적법하게 반출됐을 땐 무조건적인 환수가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문화재청은 문화재 소재국에서 적극 활용하기도 합니다. 지난 4월 11일, 재단은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바로 <직지심체요절>을 공개하는 특별전과 전시 관련 강연에 번역, 이미지 제공 등의 지원인데요. 이는 한국 문화유산의 우수성과 가치를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문화재 원산국과 소유국 간의 신뢰를 쌓는 과정입니다. 소유권을 되찾는 장기적인 방식이 될 수 있죠.
ㆍ우리 문화재는 꼭 환수되어야만 할까?

직지심체요절 /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우리 품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문화재 반환 및 환수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우리 문화유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제도와 절차상으로 적법하게 유통된 문화재는 소재가 확인돼도 무조건적인 환수가 불가능하죠. 환수 관련 법규, 국제 시장 시세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반대로 반출 경위가 불법이거나 부당하더라도 법적 강제 환수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문화재 환수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실질적인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국내외 많은 인력이 필요해 현실적인 난관에 봉착하기도 하죠. 그뿐만 아니라 일부 문화재 소재국은 문화 국제주의를 표명하기도 하는데요. “문화재는 특정 국가의 소유가 아니라 범인류적 유산이므로 문화재의 소재지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입장을 비쳐 원산국으로의 반환에 부정적인 의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여러 이유로 마냥 환수만을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문화재를 대여하거나 소재국인 현지에서의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해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는 일종의 외교사절 역할로써 현지와 해외에 한국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자원으로 활용됩니다. 런던에 있는 영국박물관에는 우리 문화재를 소개하는 '한국관'이 존재하기도 하죠.
지금, 이 순간에도 프랑스에서는 금속활자로 인쇄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적인 '직지심체요절'(한국, 1377년)이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서, 1900년 프랑스 만국박람회 그리고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이후 50년 만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ㆍ 우리 문화재를 위해 68억을 태운 '외국계', '게임' 회사

2022년 문화재청&라이엇 게임즈 후원약정식 / 사진 문화재청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미 해외로 반출되었다면 그 과정이 불법적이었을지라도 강제성을 가지기 어려우며, 유출 과정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증뿐만 아니라 협상을 통해 금전적인 보상을 취할 때도 감정평가와 여러 차례의 설득 과정이 필요하죠.
환수 활동은 민간 기업의 지원사격으로 추진력을 얻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앞서 등장했던 '라이엇 게임즈'가 대표적입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부터 재단과 함께 해외에 소재한 한국의 문화재 반환 및 환수 사업을 10년 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가 재단과 함께 환수한 유물은 6건인데요. 대표적으로 2014년 미국의 허미타지재단 박물관으로부터 ‘석가삼존도’ 환수를 성사하며 외국계 기업이 한국 문화재 반환에 참여한 첫 사례가 되어 의미 있는 평가를 받았죠. 이를 시작으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중화궁인’,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척암선생문집 책판’, ‘조선 왕실 유물 보록’을 환수했습니다.
국외 소재 문화재를 환수하는 데에는 민간 지원이 활발하지 않습니다. 라이엇 게임즈처럼 장기간 꾸준한 민간 지원은 해외에서도 드문 경우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문화재 반환에 대한 국가 간 의견 대립은 해소되지 못한 채로 오랜 시간 완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프리카의 별'로 알려진 세계 최대 크기의 다이아몬드 '컬리넌'을 두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 사이에 갈등과 '로제타석'을 사이에 둔 이집트와 영국의 갈등도 여러 문화 활동가와 민간의 청원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대립과 갈등에 머무르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베냉 왕국의 유물이었던 청동 수탉상은 영국으로부터 2021년 나이지리아로 반환되어 국제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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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 박물관 조선 흑칠농, <러시아 황제 대관식에 보낸 고종의 선물>


조선 흑칠농 (부분) / 크렘린박물관 소장 /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난 2월 9일, 러시아 크렘린박물관은 우리 문화유산에 있어 의미 있는 전시를 열었다. 민영환, 윤치호 등이 고종의 특명을 받고 1896년 거행된 러시아 제국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하면서 선물로 제공한 17점의 유물 중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이 있기 3개월 전, 아관파천이 일어났다. 고종은 이듬해인 1897년 2월까지 러시아 공관에 머물면서 러시아와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다. 그러니 러시아 황제의 대관식에 보낼 선물은 당시 최고의 장인이 정성을 다해 만들었을 것이다.
17점의 선물 중 이층농을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 이층농은 통영의 나전칠기 공예품이다. 기본적인 뼈대는 소나무로 만들어졌는데 받침과 상하 2단의 농으로 총 3개의 분리 가능한 구조로 구성되었다. 문짝은 외문과 내문의 2중이며 외문 안쪽에는 호랑이와 사슴, 토끼와 염소 등의 동물을 그린 장식 그림이 붙어 있다.

조선 흑칠농 / 크렘린박물관 소장 /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외면에는 나전 조각을 붙여 만들었는데 가늘고 긴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끊음질 기법으로 테두리를 두르고 내면에는 청패를 잘라서 다양한 문양을 묘사했다. 이 끊음질 기법은 공예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점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1920년대 일본을 통해 줄톱을 들여오면서 가능해진 가공법이라고 알려졌는데 실은 이보다 훨씬 앞서 동일한 효과를 내는 공예 기술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는 점이다.
이번에 함께 전시 소개된 백동향로와 화로 등의 공예품들은 분명 우리나라 조선 후기 사회의 공예 수준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들로 이런 나라 밖의 문화유산을 찾고 관리하는 역할을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진행하고 있다. 외국의 문화유산을 국내로 찾아오는 일도 중요하지만, 외국에 어떤 문화유산이 얼마나 많이 어떤 상태로 나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또 필요한 경우 보존처리를 해주고 그 나라에서 잘 활용되도록 지원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환수 작업의 범주에 들어간다.
발행인 Publisher
박경철 Kyoungcheol Park
뉴스레터 편집장 Editor in Chief
이경근 Gyunggeun Lee
기자 Editor
윤지현 Jihyun Yoon
권혜리 Hyeri Kwon
송윤하 Yoonha Song
월간한옥 뉴스레터 49호
* 지난 뉴스레터 #47 '문화재로 60년, 이제 국가유산으로', #48 '대항해시대의 흔적, 침몰선박과 해저유물' 에서는 국내외의 문화재 현황과 이슈를 알아봤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ㆍ229,655점, 해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
헌종가례진하도8폭병풍 / 경기도박물관 소장
최근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진행된 [조선, 병풍의 나라 2] 전시를 비롯해 우리 문화유산 관련 전시가 눈에 띄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삼성의 故 이건희 회장이 개인 소유하고 있던 소장품 2만 3천여 점을 기증하며 우리 문화재를 볼 수 있는 기획전시도 여럿 있었습니다. 그중 몇몇 전시는 치열한 예매 경쟁도 있었는데요. 최근의 이러한 문화재에 관한 관심은 국가가 소장, 관리하는 문화재를 넘어 민간에서의 개인, 기업, 협단체 소유의 문화재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재는 4,300여 점이며 등록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를 합치면 1만 점이 넘습니다. 개인,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문화재까지 고려하면 그 숫자는 매우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화재 현황
한국의 문화재는 해외에도 존재합니다. 그것도 많이 존재하죠. 근대 역사를 지나오는 과정에서 많은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되었습니다. 교류를 목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보내진 것들도 있고, 민간에서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것과 일부는 도굴, 약탈 등 비인도적, 불법적으로 유출된 것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현재 해외에 소재하고 있는 문화재를 국외소재문화재라 칭하고 있으며, 국외소재문화재 재단(이하 재단)에서 그 현황을 파악,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재단 안내에 따르면 미술관 등에서 공개적으로 밝혀진 소장처만 27개국 784개처 23만 점에 달합니다. 그중에서도 약 10만 점은 일본, 7만 점은 미국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소재 문화재 역시도 공개적으로 소재가 밝혀진 것 외에 많은 양이 존재하며, 경매, 기증, 구매 등을 통해 환수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1만 점의 문화재가 공공, 민간 분야에서 환수되었으며, 이 중 862점이 재단을 통해 환수되었습니다. 환수된 문화재 중 일부는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습니다.
ㆍ"낙찰되었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를 환수하는 방법들
백자청화이기하묘지 / 충남역사박물관 소장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는 문화재의 반출 경위에 따라 환수 주체와 방식이 달라집니다. 먼저 불법·부당 반출 혹은 합법 반출 등 경위를 조사한 후 반환을 추진합니다. 이때 정부가 주도한다면 정부 차원의 협상으로, 개인 혹은 기업이 활동한다면 민간 차원의 협상으로 구분됩니다. 상황에 따라 민관 협력으로 환수가 이뤄지기도 하는데요. 환수 형식은 크게 아래와 같이 나뉩니다.
🎁 기증
💎 경매
석가삼존도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구매
🤝 문화재 소재국 현지에서의 활용
ㆍ우리 문화재는 꼭 환수되어야만 할까?
직지심체요절 /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우리 품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문화재 반환 및 환수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우리 문화유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제도와 절차상으로 적법하게 유통된 문화재는 소재가 확인돼도 무조건적인 환수가 불가능하죠. 환수 관련 법규, 국제 시장 시세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반대로 반출 경위가 불법이거나 부당하더라도 법적 강제 환수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문화재 환수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실질적인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국내외 많은 인력이 필요해 현실적인 난관에 봉착하기도 하죠. 그뿐만 아니라 일부 문화재 소재국은 문화 국제주의를 표명하기도 하는데요. “문화재는 특정 국가의 소유가 아니라 범인류적 유산이므로 문화재의 소재지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입장을 비쳐 원산국으로의 반환에 부정적인 의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여러 이유로 마냥 환수만을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문화재를 대여하거나 소재국인 현지에서의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해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는 일종의 외교사절 역할로써 현지와 해외에 한국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자원으로 활용됩니다. 런던에 있는 영국박물관에는 우리 문화재를 소개하는 '한국관'이 존재하기도 하죠.
지금, 이 순간에도 프랑스에서는 금속활자로 인쇄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적인 '직지심체요절'(한국, 1377년)이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서, 1900년 프랑스 만국박람회 그리고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이후 50년 만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ㆍ 우리 문화재를 위해 68억을 태운 '외국계', '게임' 회사
2022년 문화재청&라이엇 게임즈 후원약정식 / 사진 문화재청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미 해외로 반출되었다면 그 과정이 불법적이었을지라도 강제성을 가지기 어려우며, 유출 과정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증뿐만 아니라 협상을 통해 금전적인 보상을 취할 때도 감정평가와 여러 차례의 설득 과정이 필요하죠.
환수 활동은 민간 기업의 지원사격으로 추진력을 얻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앞서 등장했던 '라이엇 게임즈'가 대표적입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부터 재단과 함께 해외에 소재한 한국의 문화재 반환 및 환수 사업을 10년 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가 재단과 함께 환수한 유물은 6건인데요. 대표적으로 2014년 미국의 허미타지재단 박물관으로부터 ‘석가삼존도’ 환수를 성사하며 외국계 기업이 한국 문화재 반환에 참여한 첫 사례가 되어 의미 있는 평가를 받았죠. 이를 시작으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중화궁인’,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척암선생문집 책판’, ‘조선 왕실 유물 보록’을 환수했습니다.
국외 소재 문화재를 환수하는 데에는 민간 지원이 활발하지 않습니다. 라이엇 게임즈처럼 장기간 꾸준한 민간 지원은 해외에서도 드문 경우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문화재 반환에 대한 국가 간 의견 대립은 해소되지 못한 채로 오랜 시간 완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프리카의 별'로 알려진 세계 최대 크기의 다이아몬드 '컬리넌'을 두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 사이에 갈등과 '로제타석'을 사이에 둔 이집트와 영국의 갈등도 여러 문화 활동가와 민간의 청원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대립과 갈등에 머무르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베냉 왕국의 유물이었던 청동 수탉상은 영국으로부터 2021년 나이지리아로 반환되어 국제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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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 박물관 조선 흑칠농, <러시아 황제 대관식에 보낸 고종의 선물>
조선 흑칠농 (부분) / 크렘린박물관 소장 /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난 2월 9일, 러시아 크렘린박물관은 우리 문화유산에 있어 의미 있는 전시를 열었다. 민영환, 윤치호 등이 고종의 특명을 받고 1896년 거행된 러시아 제국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하면서 선물로 제공한 17점의 유물 중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이 있기 3개월 전, 아관파천이 일어났다. 고종은 이듬해인 1897년 2월까지 러시아 공관에 머물면서 러시아와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다. 그러니 러시아 황제의 대관식에 보낼 선물은 당시 최고의 장인이 정성을 다해 만들었을 것이다.
17점의 선물 중 이층농을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 이층농은 통영의 나전칠기 공예품이다. 기본적인 뼈대는 소나무로 만들어졌는데 받침과 상하 2단의 농으로 총 3개의 분리 가능한 구조로 구성되었다. 문짝은 외문과 내문의 2중이며 외문 안쪽에는 호랑이와 사슴, 토끼와 염소 등의 동물을 그린 장식 그림이 붙어 있다.
조선 흑칠농 / 크렘린박물관 소장 /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외면에는 나전 조각을 붙여 만들었는데 가늘고 긴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끊음질 기법으로 테두리를 두르고 내면에는 청패를 잘라서 다양한 문양을 묘사했다. 이 끊음질 기법은 공예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점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1920년대 일본을 통해 줄톱을 들여오면서 가능해진 가공법이라고 알려졌는데 실은 이보다 훨씬 앞서 동일한 효과를 내는 공예 기술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는 점이다.
이번에 함께 전시 소개된 백동향로와 화로 등의 공예품들은 분명 우리나라 조선 후기 사회의 공예 수준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들로 이런 나라 밖의 문화유산을 찾고 관리하는 역할을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진행하고 있다. 외국의 문화유산을 국내로 찾아오는 일도 중요하지만, 외국에 어떤 문화유산이 얼마나 많이 어떤 상태로 나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또 필요한 경우 보존처리를 해주고 그 나라에서 잘 활용되도록 지원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환수 작업의 범주에 들어간다.
발행인 Publisher
박경철 Kyoungcheo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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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근 Gyunggeu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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